“적절한 부동산 규제가 한국경제를 건전하게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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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적절한 부동산 규제는 한국의 강점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그룹의 잭 포스터(사진) 부동산 투자부문 대표의 말이다. 그는 26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프랭클린템플턴 2010 아시아 콘퍼런스’ 도중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부동산 규제가 거품이 끼는 것을 막아 한국 경제를 건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주장했다. 침체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 중인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인 주장이다.

“한국에선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사례를 들어 답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는 공화당·민주당을 막론하고 ‘미국인이라면 집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부르짖었다.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가 대출을 남발한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오히려 ‘당신도 미국인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정치권이 왜 그렇게 됐는지 아는가. 막강한 이익집단인 부동산업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의 로비 때문이다. 자연히 대출규제도 느슨해졌다. 집 값의 95%까지 대출이 됐다. 거품이 끼었고 결국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건설·부동산 업자들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가”라고 물었다. “영향력이 크다면 보따리 싸서 다른 나라로 가라”고도 했다. 자칫 대출규제가 확 풀리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어 “(부동산 거품을 예방하는) 적절한 규제는 한국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서울의 노른자위 사업용 부동산들이 비싸긴 하지만, 경제성장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포스터 대표는 “한국에선 한국의 부동산업체들에 밀려 많은 투자기회를 얻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시장 중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선 중산층이 늘면서 당분간 주요 도시의 주택 수요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는 “경기침체로 싼값에 경매에 부쳐진 사업용 부동산이 많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호찌민=권혁주 기자

◆프랭클린템플턴 그룹과 잭 포스터 대표=프랭클린템플턴은 전 세계 주식·채권·부동산·실물자산 등에 투자하는 자금 6020억 달러(약 720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980조원)의 73%에 이르는 규모다. 잭 포스터 대표는 프랭클린템플턴에서 부동산과 실물자산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운용자산은 380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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