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회오리] 1. '수도권 진출' '4년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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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천안공과대학+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승인'.

지난 24일 충남 천안공대 정문에는 공주대와의 통합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두 대학이 교육부의 통합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통합대학은 2005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통합 신입생을 뽑으면서 완전히 하나가 됐다.

두 대학의 통합은 서로의 이해가 제대로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2년제인 천안공대는 4년제 전환이 숙원사업이었다.

공주대는 산업기반이 좋은 수도권 진출을 통해 우수 신입생을 확보하자는 염원을 품고 있었다. 두 학교는 2003년 8월 이후 상대방에 통합추진 의사를 밝혔고, 교육부가 이를 지원하면서 통합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모교가 사라진다'며 천안공대 동문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교수들도 "충남대와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직원들은 신분상 불이익을 걱정했다. 공주대에서는 교명이 큰 걸림돌이었다. 공대를 제외한 다른 단과대학들이 "공주대란 이름을 버릴 수 없다"며 교명 변경에 반대하고 나섰다.

대학본부 측은 30여 차례에 달하는 설명회와 간담회 끝에야 간신히 통합에 대한 교내 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교명은 양교를 합친 뒤 제3의 이름으로 정하기로 했고, 교직원은 2년 동안 근무지를 옮기지 않도록 해 신분을 보장했다. 통합을 통해 두 대학은 각각 숙원을 이루게 됐다.

김옥환 천안공대 교학처장은 "이번 통합으로 신입생 수 감소 등 '전문대 위기'에서 탈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해준 공주대 기획처장도 "산학 협력과 학생 유치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공대는 정원을 1652명에서 950명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교수 1인당 학생수는 33명에서 24명으로 줄게 됐다. 적어도 교수 대비 학생수에서는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 중 최고의 교육 여건을 이룬 것이다.

물론 통합의 성공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당장 이번 정시모집에서 지원자의 성적이 크게 올라가지는 않았다. 공대 이전과 건물 리모델링 등에 들어갈 재정도 문제다.

최석원 공주대 총장은 "통합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앞으로 다른 대학들도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며 교육부의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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