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선제공격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24일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point of no-return)"에 거의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이날 하루만도 3명의 이스라엘 핵심인사들이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메이어 다간 국장은 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2005년 말까지 이란은 더 이상 외부의 지원 없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국제사회가 너무 늦기 전에 이란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간 국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이 이를 담당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지난 20일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한 조치라고 다간 국장은 설명했다.

다간 국장은 또 "중동의 이집트.시리아.사우디 아라비아도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AEA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발언이다. 현 단계에서 이란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 중동국가도 뒤를 이을 것이라는 경고다.

이스라엘 외교.국방위원회 기오라 에일란드 의장도 이란이 중동지역 내 '최대 문제아'임을 지적했다. 위원장은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게릴라 단체 안에 별도의 조직을 심어 대 이스라엘 공격을 더욱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개발뿐만 아니라 재래식 공격을 막기 위해서도 이란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부총리도 이스라엘의 안보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나라로 이란을 지목했다. 부총리는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에서 "외교.경제적인 압력으로 이란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누구라도 나서서 군사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강도 높은 위협에 대해 중동권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왔다"면서 "현 상황에서 남은 것은 군사적 제재뿐"이라고 25일 지적했다. 방송에 등장한 이라크 바쿠바 군사대학의 칼리드 만수르 박사는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공습해 완전파괴했지만 이란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핵시설은 여러 곳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이를 파괴하려는 군사작전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만수르 박사는 설명했다.

이런 여파로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최근의 국제 유가 상승은 미국이 핵 프로그램을 이유로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