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줄고도 세금 더 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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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채권형펀드에서 나오는 수익에 대해 올해부터 이자소득세율이 인하됐지만 적용 방식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어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지만 모두 제각각이고, 정부도 아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200만원 수익이 나고 올해는 50만원 손실이 난 경우 계산 방식에 따라 세금이 10만원 이상 차이 날 수 있다.

◆ 제각각인 세금 계산=지난해 16.5%(주민세 포함)였던 세율이 올해부터 15.4%로 내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까지 채권형펀드들은 5~6%의 수익을 냈지만 올들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채권금리가 오름세(채권값 하락)로 반전했기 때문이다. 세율이 바뀌지 않았다면 지금까지의 총 수익에 대해 세율을 적용하면 그만이지만, 세율이 바뀌었기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수익에 대해 각각 다른 기준으로 과세해야 하는데 각각의 수익을 나누는 기준이 불분명하다.

자산운용협회는 지난해 수익과 올해 수익을 각각 별개로 해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억원을 투자해 12월말까지 200만원 수익을 내고 올해는 50만원 손해를 봐서 총 수익이 150만원인 투자자는 33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지난해 수익 200만원에 대해 33만원(세율 16.5%)의 세금을 내고, 올해는 손실이 났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12월쯤 채권형 펀드에 가입해 얼마안되는 수익을 내고,올해는 대폭 손실이 난 경우 원금을 까먹고도 세금을 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A 증권사의 경우는 일단 전체 수익(15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단 수익이 모두 지난해에 났기 때문에 지난해 세율인 16.5%를 적용해 24만7500원을 원천 징수하고 있다.

실제로 소득을 손에 쥐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또 달라진다. 이 경우 총 수익(150만원)에 인하된 올해 세율(15.4%)를 적용해 세금이 23만1000원이 된다.

◆ 혼란 가중 예상=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수익 자체를 연 단위로 끊지 않고 전체 수익을 산출한 뒤 지난해와 올해로 다시 배분하게 되면 정확한 과세가 어렵다"며 "이 경우 나중에 덜 낸 세금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각 사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만약 과세 방식이 틀려 세금을 덜 걷었을 경우 고객들과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 이자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른 펀드 수익을 은행처럼 과세하는 현행 세법 체계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근본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애초 세율을 낮출 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에 당혹해 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업계와 관련 기관의 의견을 종합해 최대한 빨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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