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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북부 수니파 지역 사실상 선거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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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라크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연일 발생하는 테러로 수니파 지역인 중북부는 사실상 선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돈과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 중이다.

◆ 선거운동 불가능="무장단체 덕분에 최첨단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정치분석가 자파르 살리흐 박사는 22일 알자지라 방송에서 이라크 상황을 이렇게 꼬집었다.

30일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주로 TV 방송에서만 진행된다는 얘기다. 길거리 유세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벌건 대낮에 사람들이 참수되는데 누가 유세장과 투표소에 가겠습니까. " 방송이 전하는 이라크인들의 반응이다.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이 지난 21일 공개한 비디오 테이프의 파장이다. 미군기지 트럭을 몰던 이라크인 두 명이 차량과 행인이 오가는 거리에서 참수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수니파 무장단체들은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세력을 배교자로 처형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테러를 가하고 있다.

21일에도 바그다드 인근에서 이라크 경찰 15명이 처형당했고 결혼식을 하고 있던 시아파 이슬람 사원이 자폭공격을 당해 11명이 사망했다.

◆ 총선일 마비.고립=임시정부는 총선 치안대책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우선 29~31일 국경(육로)을 폐쇄한다고 18일 발표했다.

22일에는 같은 기간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이라크 전역에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달 말 이라크 전역은 마비되고 주변국과도 완전 고립될 예정이다. 15일 치안조치로 총선 전후 사흘간이 공휴일로 지정되고 투표소 일대와 18개 주 사이의 차량통행이 금지되면서 주민들의 이동과 행정 및 경제활동이 중단된다. 내무부는 사전공격을 우려해 투표소가 정확히 어디에 설치되는지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 현금 3억달러의 행방은=설상가상으로 총선 후 권력 장악을 위한 정치권의 암투도 치열하다. 이라크 국민회의(INC) 아마드 찰라비 의장은 최근 임시정부의 국방부가 5억달러의 현찰을 중앙은행에서 인출해 레바논으로 공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를 비롯한 임시정부 핵심 인사들의 부패 의혹을 공식 제기한 것이다.

하짐 샤알란 국방부 장관은 3억달러는 이라크군 장갑사단 창설을 위한 무기구입 대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찰라비 의장의 폭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샤알란 장관은 "1992년 요르단 은행에서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찰라비가 쓸데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찰라비를 체포해 인터폴과 요르단 정부에 인계하겠다고 위협했다.

범아랍 일간 하야트는 총선 후 구성될 과도정부의 총리직을 놓고 미리부터 벌어지는 이전투구라고 23일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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