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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인행’ … 배울 건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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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에서 사업을 하면서 느끼지만 한 나라의 평가 기준엔 두 가지가 있는 듯하다. 이른바 양과 질인데, 이제까지의 한국에 대한 평가는 주로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지표 등 양에 치우친 느낌이었다. 이게 지금은 질로 변하고 있다. 즉 국격 또는 국가 이미지 차원의 평가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질적 전환을 통한 이미지 제고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이 세계 9위를 기록해 최초로 ‘톱10’에 진입했다는 발표가 이달 초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나왔다. 실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발표를 들으면서 과연 우리 기업 활동의 토대나 문화도 ‘양’에 걸맞은 ‘격’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실제 한국에선 일본 자본이 참여한 회사 제품이라는 잘못된 소문만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진다. 어쩔 수 없이 그걸 해명하는 문구를 제품에 부착한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장 일본에선 일본인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난다. 기분 나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동일 제품을 일본에서 판매하는 걸 반대한다는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적도 있다. 기업 입장에선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의 소망은 딱 하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경쟁을 하고, 거기에서 질을 인정받아 기업과 국가 이미지에 기여하고 싶은 것이다.

일본 지인들은 “일본 젊은이들은 패기와 도전정신이 사라졌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일본의 젊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겠다”고 하기보다는 “졌지만 결과에 납득한다. 시합을 즐겼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분을 터뜨리기도 한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의 눈에는 나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 일본이란 나라의 ‘질’ 하락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일본을 알면 알수록 일본의 상거래는 질적으로 높다. 일단 ‘신(信)’이라는 글자가 목숨처럼 지켜지고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치밀함은 말 그대로 ‘정신적 인프라’다. 한국이 질적 향상을 이루기 위해선 아직까지 일본에서 배울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또 하나의 이웃, 중국은 어떤가. 중국에 갈 때마다 일취월장하는 중국의 역동성에 공포심마저 느낀다. 중국의 모자라는 점을 우리가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의 질적 성장을 위해선 이웃의 좋은 점을 찾아 그걸 보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바야흐로 동북아 시대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함께 다 잘 돼야 한다. 2500년 전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其不善者而改之).”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치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나 요즘 지정학적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인가.

오늘 저녁, 사시미와 사케로 시작해 난젠완쯔(南煎丸子)에 백주를 곁들인 후 불갈비에 소주로 마무리하며 한·중·일 동북아의 삼인행(三人行)을 건배할까 한다.

양인집 진로재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