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파는 사회… 행복한 미래 내다본 『드림 소사이어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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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몇 권만 잘 읽어도 변해 가는 세상을 먼저 읽을 수 있다. 경기도 남양만 바닷가에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80여년 된 남편의 고향 한옥인 '옥란재(玉蘭齋)'를 관리해오던 내게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오랜 고민을 풀어준 것도 역시 책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꼭 삼태기처럼 둘러싼 숲 속의 옥란재는 실은 남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가지고 갈 수 없어 맡기고 간 집이다.

수 만평 부지가 딸린 집을 대학교수 남편의 벌이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내겐 짐이었다. 주말마다 내려가 잡초를 뽑고 나무심기를 15년. '옥란재'가 의젓한 모습을 뽑낼 때도 남편 고향집은 내게는 관리해야할 짐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휴식을 겸한 책 읽는 공간'으로 사회에 내놓고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준 것이 바로 책이다. 내가 읽은 리프킨 『소유의 종말』은 이제 '소유'를 팔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경험' 즉 '접촉'을 파는 시대라는 주장인데, 순간 떠올린 것이 독림가(篤林家)들의 이야기다. 그동안 숲에 나무를 심어 재목으로 팔려했던 독림가들이 빚에 스러져갔다. 그러나 숲에 숲 체험장을 만들고 숲 해설가들과 함께 숲을 활용한 사람들은 숲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이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책이 독서광 남편이 사다준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쓴 『드림 소사이어티』다. '꿈을 파는 사회'의 도래를 이 책의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앞으로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이야기,그리고 감성, 꿈을 파는 사회가 도래한다는 말인데 좋은 책 한 권은 정말 설득력이 있었다. 애물단지 남편 고향집이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잃어버린 고향을 되살려주는 장소로 거듭난 것은 바로 올해 여름 이후의 일이다. '책읽는 집 옥란재'에는 오늘도 편안하게 쉬면서 책 한권을 읽고 싶어하는 예술가들과 보통사람들이 찾아온다. 그걸 일깨워준 책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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