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파문]"과학적 증명 안돼… 선전에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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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간 복제의 시대가 열렸다…?"

세계 최초로 복제 아기 '이브'를 탄생시켰다는 클로네이드의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의 주장에 대해 각국의 과학자들이 27일 잇따라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BBC는 "클로네이드란 생명공학회사는 외계인의 인류창조설을 믿는 신흥 종교단체와 연관돼 있다"면서 "이 분야의 대부분의 과학자는 클로네이드의 인간 복제 능력에 대해선 의혹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도 '종교단체가 인간 복제 주장'이란 기사에서 "이 단체 대변인이 '제왕절개로 복제아기를 출산했다'는 주장만 했을 뿐 관련 증거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기사를 처리했다.

아사히(朝日)·요미우리(獨賣)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27일 석간에서 AFP통신을 인용해 복제 아기 탄생 주장을 보도했지만 "인간 복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프랑스의 유전학자 악셀 칸은 유럽1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아기가 복제됐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복제대상자와 동일한 유전자 지도부터 제시하라"며 "복제주장은 선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바티칸 교황청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클로네이드와 인간 복제 분야에서 경쟁해온 이탈리아의 인공수정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는 이날 이탈리아 ANSA 통신과의 회견에서 "부아셀리에 박사의 발표 내용은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아 혼란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복제 인간의 탄생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국의 인간 복제 관련 윤리학자인 패트릭 딕슨 박사는 세계 최초의 복제인간 실험 성공이 혐오감과 반감을 유발한다며 이는 곧 일부 과학자들이 빠지게 될 '탐욕의 나락(奈落)'의 한 예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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