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실천은 작은 정성으로 지속적인 기부문화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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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겨울이면 늘 걱정이 앞섭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지, 그리고 다음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간 고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올해도 고민하다가 여러분의 사랑에 다시 한번 기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감당해 주십시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후원의 밤 '꽃들의 겨울나기'에 작은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2002년 12월 어느 날 아침에. "

윗 글은 서울 구로구 궁동에서 공부방을 열고 있는 박경양 목사가 겨울나기 후원의 밤을 열면서 보내온 초청의 말의 일부다. 빈곤지역의 산등성이 허술한 가건물이나 좁은 골목 안 반지하에 자리잡은 대부분 공부방의 겨울나기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서울의 외곽, 공단지역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15평 공간. 방과 후면 갈 곳 없는 30명의 초·중생들이 모이는 이 공부방은 겨울이면 난방비만도 한달 약 40여만원이다. 전국 2백80여 다른 공부방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주말 열린 후원의 밤은 지리산 흙피리 소년 한태주의 오카리나 연주, 어린이공연 등으로 구성되었다. 애초 朴목사는 1천만원만 모금되면 기름값 걱정 없이 겨울을 나고 운영비에도 보탤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모금액은 5백만원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공부방의 후원금 모으기는 무척 어렵다. 최근 한 방송국의 기부금 실태 보도에 의하면 한국인의 1인당 연 평균 기부액은 약 9천원. 1년간 한푼도 기부하지 않는 사람도 전체 50%나 된다. 기부가 일반화된 미국은 1인당 연간 기증액이 평균 1백20만원. 인구의 89%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1인당 GDP의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 한국인의 기부현황이 미미한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다이얼을 돌리는 ARS를 통해 모금되는 것이 전체 42%로 가장 많다. 또 기부의 70%는 연말과 연초로 집중돼 한국의 기부문화가 비조직적·즉흥적·단발적임을 알 수 있다.

올해의 경우는 기부금이 수재의연금으로 집중돼 대부분의 복지기관은 모금실적이 부진, 지속사업을 꾸려나가기 힘들다고 비명이다. 따라서 공부방을 돕는 우리들의 마음도 무겁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부는 '부의 사회적 재분배'로 계층 간의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직도 기부는 돈 많은 특별한 사람들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적은 돈이나마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은 7.5% 정도다.

올해의 적십자 박애상 금장을 받은 이순근(60)씨는 장애인 노점상으로 지난 20여년 간 40여명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대주었다. "나누어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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