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해주는 인성교육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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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희 밝은청소년지원센터 상임대표

“수능부정 사건은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학교나 가정에서 올바른 인간성을 가지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는 것을 우선으로, 경쟁사회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으니까요. 언제 터질까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죠. 밀양 집단 성폭행사건도 그렇습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서로 배려하는 아이들로 키워지지 않으니 그게 얼마나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인지 생각을 못하는 거죠.”

지난 연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했던 청소년 문제에 대한 임정희 상임대표(47·사단법인 ‘밝은청소년지원센터’)의 생각이다. 임대표는 특히 수능부정사건때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여느 수험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까지도 방송뉴스에서 ‘억울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자칫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손해를 본다고, 상대적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말이 안돼죠. 작년에 수능시험을 본 제 아들이 그러더군요. 지난해에도 그런 행위를 한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하지 않은 학생들도 아무렇지 않게들 생각을 한다고요. ”부정행위는 그 자체로 잘못된 일인데도, 마치 발각되지만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여기는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혹 이것마저도 온갖 교육문제에 ‘남의 탓’부터 먼저 하는 습관대로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적인 태도만으로는 희망이 없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해주는 인성교육이 중요합니다. ”

임대표는 지난 2000년 센터를 설립한 이래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첫해 서울의 중학교 한 곳에서 시작한 것이 지난해의 경우 12개 중학교에서 1만5천여명이 참여할만큼 커졌고, 새해부터는 초등학생까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1회성 특강이 아니라 매주 한 시간씩 재량활동시간을 이용해 진행하는 연간 32주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청소년상담분야에서 7년 이상의 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강사로 재교육하고, 집단따돌림·성교육·아르바이트·진로모색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확보해 학교와 연계하는 일이 센터의 몫이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교육받은 학생들의 생각이 바뀐 것이 뚜렷합니다. 집단따돌림 문제만 해도 ‘내 친구가 이상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와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게됐다’는 답변이 나오곤 합니다. 토론 위주의 프로그램이거든요. 너나없이 얘기를 나누다보면 서로 이해하는 폭이 자연히 커지는 거죠. 학급에서 발표하는 데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요. ”

센터는 지난해부터는 정서적 인성교육의 일환으로‘YES(Youth Edutainment Search)’라고 이름붙인 청소년 문화체험활동도 마련한다. 오페라‘사랑의 묘약’이나 타악뮤지컬‘야단법석’처럼 기성무대에 올려지는 수준높은 공연을 낮시간에 유치해 5000원 안팎의 싼 비용으로 즐기도록 하는 사업이다. 학교나 학급 단위 단체로만 신청을 받는데, 첫해인 지난해 관람객이 1만여명을 훌쩍 넘어섰고 벌써부터 올해 일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줄이을 정도로 인기다. 이밖에 여름·겨울 방학에는 각각 ‘외동이·외톨이’를 겨냥한 캠프와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문화캠프도 마련하고,‘어머니 사이버지킴이’활동이나 부모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내에서 가정관리학을, 미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임대표는 90년대 중반 국내에 돌아온 직후부터 동료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부모교육 워크샵을 운영하는 등 풀뿌리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여성계에서 활동하면서 여성신문사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 사이 이제는 대학생이 된 두 자녀를 키우면서 그 역시 우리 교육현실의 달고 쓴 맛을 두루 경험했다. 청소년 교육 못지 않게 부모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체험이 배경이다. 임대표는 “‘내 아이’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부모의 과보호가 남의 탓만 하는 아이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제 관심은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보다 그 이전에, 일반적인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입니다. 일이 나고 나면 그 상처가 너무 커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인성교육은 언뜻 보기에는 멀리 돌아가는 길인것 같지만, 실은 제일 빠른 지름길입니다. ”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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