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는 공정한 차기 관리, 박근혜는 국정 협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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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MB) 대통령은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돈다. 전반기 2년 반 동안 여권의 최대 문제는 MB-박근혜의 대립과 갈등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의원 50~60명의 비주류를 이끌고 있다. 그런 그가 대통령과 각(角)을 세우고 주요 사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광우병 촛불시위, 용산 철거민 참사, 미디어법 등에서 여권 주류와 다른 입장이었다. 급기야 세종시 문제에서는 전쟁을 불사해 수정안을 좌절시키기도 했다. 만약 두 사람이 화합했다면 MB는 국정운영에서 어려움을 덜 겪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선거 참패 시리즈가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우리는 MB-박근혜 화합이 여권 쇄신의 요체라고 지적해왔다. 그로부터 1년4개월 만에 두 사람이 화합의 회동을 했다. 지난해 9월을 포함해 이전에도 두 사람의 회동이 있었지만 갈등의 거리만 확인하거나 아니면 회동 결과에 대한 상이한 주장으로 오히려 갈등을 키우기만 했다. 그제 회동에서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언(傳言)으로만 보면 화합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화합이 실현되려면 지난 갈등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 비록 당내 경선 때 치열한 공방이 있었지만 2007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화합 국면이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패배를 수용했으며 대선 때 MB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MB는 박 전 대표에게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할 것이며, 2008년 4월 총선의 공천은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친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자행됨으로써 이런 약속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화합을 위해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약속의 실천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분열되어선 안 된다. 분열을 막으려면 2012년 4월 총선이나 이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MB와 주류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내정한 것처럼 대통령이 역동적인 차기 경쟁 무대를 만드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경쟁의 구도는 모름지기 공정해야 하며 대통령의 입김이 ‘경쟁의 순리’를 해쳐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표는 차기 경쟁과 국정을 구분해야 한다. 그는 보수의 지도자다. 노무현 정권 때는 한나라당 대표로서 국가의 정체성과 법질서를 수호하는 투쟁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이상하게 뒤로 물러섰다. 광우병 촛불 파동이 이념과 관계없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용산 참사나 천안함 사건 같은 경우 그는 법질서 훼손이나 북한의 만행을 지적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세종시 문제 때는 경직된 사고로 일관함으로써 ‘세종시 수정’이라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가 국정에 대해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 그의 차기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