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名藥 찾지말고 해로운 약 안 먹는게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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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병에 걸리게 마련이다. 이때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게 약이다. 그러나 약도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써야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된다. 약물 오·남용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약을 선물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몸에 좋다'혹은 '○○병에 효험을 봤다'는 말에 현혹돼 복용하는 민간요법이나 성분미상의 약 복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약의 오·남용이 가장 문제되는 병은 간 질환이다. 간은 약을 포함해 몸에 들어온 모든 물질이 대사(代謝)되는 통로이기 때문. 따라서 간 질환은 좋다는 1백가지 명약보다 한가지 해로운 약을 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대학병원 응급실에선 풍문에 따른 처방으로 성분 미상의 약을 먹다가 간 기능이 나빠져 혼수에 빠지거나 배에 물이 차서 오는 만성 간 질환자를 종종 본다.

노인들의 약물 오·남용도 건강한 노후를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약 사용이 엄격한 선진국에서도 처방된 약의 30%이상을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소비하며, 불필요하게 처방된 약이 일반 성인층에 비해 7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

처방약, 비처방약, 민간요법, 몸에 좋다고 선전하는 약 등 온갖 약 복용을 즐기는 우리나라는 문제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노인층 다섯명 중 네명은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노인은 병이 들어도 증상이 모호해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다. 자연히 노인 환자들은 주변의 풍문에 휩쓸려 약을 오·남용하기 쉽고, 또 부작용도 젊은 사람보다 심하지만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꼭 필요한 약도 복용법·복용시간을 제대로 알고 먹는 게 중요하다. 특히 시력과 청력이 나쁜 노인이 약을 처방받을 땐 이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병이 들었지만 병원에서 속시원한 해결책을 못들을 때, 노화와 더불어 체력 감소가 느껴질 때 약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질환이 있을수록, 나이가 들수록 과학적 근거없는 불필요한 약 복용을 삼가는 게 건강한 삶을 사는 지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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