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업 유망 아이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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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내년에는 어떤 창업 아이템이 매력 있을까. 또 어떤 조건들을 따져 보고 창업 결정을 해야하는 것일까. 한 해를 보내는 시점에서 창업 전문가들은 내년에 뜨는 최고의 아이템으로 애완동물 전문점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고, 창업시장을 주도할 대표 아이템의 윤곽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만큼 창업 결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했다.

◇뜨는 아이템=월간 '창업&프랜차이즈'가 최근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들과 창업 컨설턴트 등 1백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003년 유망사업 '베스트 5'로 애완동물 전문점·멀티 레포츠숍·키즈 영어학원·베이비 및 실버시터·반찬 전문점을 꼽았다.

애완동물 전문점은 최근 5년 사이에 시장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이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출산율 저하, 소득 증가로 인한 다양한 여가활동 등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창업&프랜차이즈'부설 창업경영연구소의 이상헌 소장은 "선진국들의 경우 1인당 GNP가 1만2천달러를 넘어설 때 애완동물 수요가 증가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내년부터 애완동물 종류의 다양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여가와 건강을 테마로 한 아이템도 유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멀티레포츠숍은 인라인 스케이팅·킥보드 등과 성인의 달리기 열풍에 맞물려 유망사업으로 떠올랐다. 최근 선보이기 시작한 달림방(동전을 넣고 달리기를 하도록 함)같은 아이템도 주목을 끌고 있다.

먹거리에서도 패스트 푸드의 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논란을 빚고 있어 저지방의 베이글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성장하는 아이템들도 주목을 받았다. 베이비·실버시터나 반찬전문점은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사업전망이 밝다고 지적됐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서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어린이를 돌봐주는 학습방도 유망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키즈영어학원은 조기 영어교육 열풍으로 상당 기간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는 아이템=유망한 사업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피해야 할 아이템도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찜닭전문점과 중고서점·기원·PC방·신발세탁업을 내년에 피해야 할 창업아이템으로 꼽았다.

찜닭은 지난해 예비창업자들에게 가장 유망한 사업 가운데 하나로 각광을 받았지만 너무 많은 가맹본부가 난립하면서 수요를 훨씬 웃도는 공급이 계속돼 문을 닫는 가맹점이 속출했다. 중고서점은 1980년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서 사랑을 받았지만 소득증가로 인한 생활수준 향상, 대형서점과 인터넷 사용 인구의 증가로 몇개 안되는 점포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기원도 세월의 변화에 따라 내리막길을 걷게 된 아이템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중장년층들이 기원을 찾아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바둑을 둘 수 있는 데다 주 5일 근무제 확산으로 레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신규 수요가 생기지 않고 있다.

PC방은 인터넷 보급과 지난 4년 사이 급속히 증가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이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런 탓에 1년 전부터 PC방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상헌 소장은"내년 경제는 금리 상승, 경기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은 만큼 1분기까지는 창업 트렌드를 보고 나서 창업 결정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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