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없애야 기업 투자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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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국내 기업들이 예상하는 내년도 경영 환경은 그리 밝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거품을 거둬내는 '감량 경영'은 성공했지만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헤쳐 나갈 만한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미래연구담당)·장성근(R&D담당)·김재문(마케팅 담당)연구위원에게 불투명한 안팎의 경제 상황 속에서 내년도 우리 기업이 대비해야 사항들을 들어봤다.

-한국 기업이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전자산업 등 일부 기업들의 매출액과 이익규모는 글로벌기업 수준, 혹은 이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커졌다. 그러나 아직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에서 선진 기업을 확실하게 앞서야 한다.

▶장=이제 국내 대기업들이 활용하는 경영 기법이나 시스템들은 선진국 수준이다. 이런 경영 시스템을 가동하는 인적 자원들의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중간 관리 직급이나 경영층의 리더십을 살리는 데 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지나치게 선진 기업의 경영기법을 모방해 쓸데 없는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고객관계관리(CRM)같은 경우에도 필요하지 않은 기업들까지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른 회사에서 사용하는 경영 기법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려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연구 개발(R&D) 투자 등 미래를 준비하는 상황은 어떤가.

▶이=앞으로는 선진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생산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조직 내의 여전한 계급 문화와 글로벌적인 차원에서 지식을 수집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장=미래 경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내기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R&D 책임자에 대한 임기 보장이 안된데다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는 현상은 여전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새정부가 출범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정부가 시급히 취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김=기업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불확실성이다. 특히 중요한 불확실성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가 합리적인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업 활동의 위험은 낮아진다.

▶장=제조 기업들에 R&D 활동은 '성장 엔진'과 마찬가지다. 기업이 우수 연구 인력들을 마음 높고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과학 기술 인력에 대한 우대 정책과 인센티브 제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내년도 기업 환경에 가장 영향을 미칠 요인이나 변수는 무엇인가.

▶이=내년도 우리 경제는 5%대의 건실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다만 세계경제가 미국을 비롯해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제에서다. 만약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으로 세계 경기가 급락하게 될 경우 우리 기업의 사업 환경도 급속히 나빠질 것이다.

▶김=전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나 고소득층의 소비와 이를 추종하는 중산층의 고급품 소비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크다. 내놓는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변화 방향과 같은 축에 놓여 있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매달려 왔다. 그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이=올해 우리 기업의 경상 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부채비율은 1백30.1%로 떨어져 '수익성 중시'경영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부진한 설비 투자다.

▶장=인력 감축과 원가 절감 등 눈에 보이는 부분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강한 기업으로 만드는 측면에서는 미흡했다.

▶김=부채 비율 감축 등 소극적인 차원의 구조조정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력 확보라는,적극적 구조조정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LG경제연구원(원장 이윤호)은 1986년 럭키경제연구소로 출발해 95년 LG경제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국내외 경제 전망 및 동향 분석, 정부 정책 분석 및 대안 제시, 기업 재무와 외환 및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산업 전반에 대해 각종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한다. 경제연구센터(경제분석팀· 미래연구팀)와 경영컨설팅센터( 전략1·2그룹, 인사·조직그룹, 산업그룹)조직 내에 박사급 인력 30여명을 포함, 80여명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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