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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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무릎 아픈 어머니께

사다 드린 지팡이

자식이 사준 지팡이 짚으면

자식 앞세운다고

신발장 한켠에 놓아둔 채

절며 가신 어머니

오늘 새벽

출근길에 보았네

어둠속, 불도 켜지 않고

허옇게 앉아 계시던 자리

-정희성(1945∼ )'어머니의 지팡이' 부분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분이다. 세상을 떠난 뒤에도 어머니의 텅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아들 딸이 늙어 모친이 별세할 때의 연세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는 자식들을 낳은 때의 연령만큼 언제나 앞서가고 있다. 숫자로 계량할 수 없는 어머니는 모든 불효자식을 용서하는 성인이다.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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