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노무현시대]국정 어떻게 바뀔까-정치분야| "책임총리에 장관 임면권"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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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盧武鉉) 시대가 개막됐다. 盧당선자가 역설해온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이다. 盧당선자는 정몽준(鄭夢準) 국민통합21 대표의 막판 지지 철회 선언에도 불구하고 승리함으로써 자신의 뜻대로 5년을 설계하며 국정 운영의 부담을 덜게 됐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바로 선 나라,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 사회적으로 따뜻한 나라, 대외정책에서 당당한 나라 등 네개의 명제로 요약된다. 盧당선자의 주요 발언과 대선 공약을 토대로 노무현 시대에 예상되는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구체적인 변화상을 짚어본다.

盧당선자는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줄곧 '정치개혁'을 역설해 왔다. "독선·아집·반칙의 늙은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정치, 보통 국민이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개혁의 대상은 국정 및 정당 운영 방식과 선거제도다.

국정 개혁은 제왕적 대통령에서 분권형 대통령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대통령은 외교·국방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고, 총리가 경제·교육 등 내정 전반을 총괄하는 책임총리제가 실시된다. 총리에게 실질적인 장관임면권을 부여하고 장관의 자율성을 확대해 헌법정신에 맞는 책임행정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몽준 대표의 공조 파기로 책임총리가 공동 국정운영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의미가 없어졌다. 청와대의 규모는 유지되나 기능은 축소된다. 중·장기 국가경영전략의 기획과 주요 현안에 대한 조정기능 중심으로 재편된다. 대통령 비서실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조직으로 역할이 한정된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변모와 청와대와의 관계 변화도 예고돼 있다. 盧당선자는 일찌감치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천권을 행사해 당을 좌지우지하지 않겠다"며 '당정 분리'를 선언했다. 민주당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움직이는 수족이 아니라 자생력을 갖춘 민주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盧당선자는 이미 '대선 뒤 재창당'을 언급한 바 있다. 상향식 공천과 국민참여경선제의 제도화를 통한 정책중심 정당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김원웅(金元雄) 의원이 이끄는 개혁적국민정당이 민주당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鄭대표 결정에 반발해 집단으로 탈당한 국민통합21 세력의 흡수도 예상된다.

선거제도의 변화도 예상된다.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로 전환하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국민통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선거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행정수도 건설은 임기 내에 착수된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국민투표를 거쳐 충청권에 인구 50만명 규모의 계획도시를 건설하고 청와대·중앙행정기관·국회를 10년간 순차적으로 옮긴다는 구상이다. 수도권은 동북아의 금융·물류·비즈니스 센터 역할을 하는 경제수도로 거듭나게 된다.

부정부패 방지 대책도 잇따라 입법화된다.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 공직자를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신설되고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특검제가 임기 중 한시적으로 상설화된다. 국무총리에 한정됐던 인사청문회도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로 확대돼 이르면 내년 초 새 정부 첫 임명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전망이다.

정부조직은 소폭 개편될 전망이다. 盧당선자는 "집권 뒤 민·관 합동 '정부조직진단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기능과 업무를 조정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행자부 소속인 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확대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태스크포스 성격의 각종 위원회도 신설된다. 지역·성별 등에 따른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차별시정위원회'와 지역균형발전 촉진을 위한 '국가균형위원회'등이 우선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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