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盧지지 철회]각당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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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 선언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은 "예정된 결별"이라며 환호했다. 반면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급히 鄭대표 진의 파악에 나섰다.

◇한나라당=이날 소식을 전해들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다. 당사에선 "게임이 끝났다"(李丙琪특보)는 반응이 나왔다. 윤여준(尹汝雋)의원은 "盧후보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속셈을 드러냈다"며 "그런 모욕적 발언을 했는데 鄭대표로선 가만히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바로 '노무현 자질론'을 제기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盧후보의 무자격·무자질이 빚은 필연적 결과"라며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고 공격했다. 조윤선(趙允旋)공동선대위대변인은 "그렇게 신중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나라의 운명을 손에 쥘 대선 후보였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가세했다.

◇민주당=민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10시25분쯤 당사에 도착한 노무현(盧武鉉)후보는 당사 8층의 후보 비서실장실로 곧바로 들어가 신계륜(申溪輪)비서실장 등 의원 10여명과 대책을 숙의했다.

이후 盧후보는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 이재정(李在禎)·함승희(咸承熙)·송영길(宋永吉)의원 등과 함께 평창동 자택에 있는 鄭대표를 찾아갔으나 "鄭대표가 약주가 과해 주무시고 있다"는 이인원(李寅源)당무조정실장의 얘기를 듣고 4분여 만에 발길을 돌렸다. 盧후보는 기자들이 코멘트를 요구하자 "내가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만 언급했다. 鄭선대위원장과 李의원은 대문 밖에서 계속 鄭후보를 기다렸다.

이에 앞서 鄭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통합21 당사를 방문, 지도부와 지지 철회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당사로 되돌아왔다. 鄭위원장은 "정몽준 대표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어른답게 성숙하게 대처하자'는 얘기를 전했다"고만 밝힌 채 입을 닫았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통합21의 진의를 알 수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선대위 정치개혁추진본부장인 신기남(辛基南)의원은 "후보를 비롯한 모든 의원이 어리벙벙해 하고 있다"고 분위기만 간단히 소개했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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