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伊의사안티노리:'복제인간' 창조주될까 악마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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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류 최초의 복제아기 출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주 말로 착상 9개월(36주)을 넘긴 이 아기는 늦어도 내년 1월 첫째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사는 한 여인의 자궁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전대미문의 복제인간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이탈리아의 인공수정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55·사진)박사의 호언이 사실이라면…. 안티노리, 그는 제2의 '창조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신의 섭리를 거스른 악마가 될 것인가.

인간복제를 옹호하는 그의 논리는 단순명쾌하다. 시험관 아기조차 만들 수 없는 무정자증 부부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출산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1천5백여 불임부부들이 줄을 섰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공해 상에 배를 띄워 놓고 시술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출산을 갈망하는 불임부부들의 '천부인권'을 의사로서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티노리의 논리는 두가지 큰 장벽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과학적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윤리성 문제다. 양이나 돼지와 달리 원숭이 등 영장류의 복제는 현재까지 성공률이 1, 2%선에 불과하다. 또 기형 출산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티노리는 난자의 핵 처리에 레이저 광선을 사용하는 신기술로 성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면서 올 초 인간복제를 강행했다. 이어 4월 "첫번째 복제인간 착상에 성공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허풍'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달 27일 안티노리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배아복제 방식으로 여성 3명이 임신했으며 가장 앞선 한 명은 임신 33주째로 순산 가능성이 95%"라 장담했다. 이어 지난 15일 "산모는 베오그라드에 있다"고 확인했다. 의학계는 그의 말이 사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더 높은 산은 윤리적·법적 문제다. 유엔은 '인간복제금지협약'을 준비 중이다. 미국·유럽 각국도 인간복제를 불법화했다.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받은 자식이 가계(家係)를 잇는 인류의 전통이 일거에 파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복제해 태어난 아들이 훗날 자신이 '복제품'임을 알게 됐을 때 겪을 충격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식'이 아닌 '남편Ⅱ'를 기르게 된 아내의 당혹감은 어쩔 것인가.

그러나 안티노리는 끄떡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 아버지를 닮고 싶어한다. 그 소망을 1백% 실현해 주는 게 인간복제다""복제를 적극 원하는 쪽은 오히려 여성이다. 그들은 아이에게 남편의 모습이 깃들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안티노리 자신은 복제된 자식을 원할까?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던진 이 질문에 그는 '노'라고 대답했다. 두 딸을 가진 것으로 만족하며, 특히 맏딸은 자신을 쏙 빼닮아 복제자식이나 다름없단다. 환자가 원하면 뭐든 해야 한다는 그의 원칙도 나름의 제약이 있는 것일까.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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