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촛불바다가 美대사관 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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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촛불 바다가 미국 대사관을 삼켰다."

AFP 통신이 촛불 시위 기사를 서울발로 전하면서 뽑은 제목이다. AP통신과 영국의 BBC 방송 등 주요 외신들도 주한미군 무한궤도 차량에 깔려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고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14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촛불 시위 현장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AFP 통신은 이번 촛불 시위를 '반미 시위'로 규정하면서 "촛불을 든 수만명의 시민이 미국에 항의표시를 하기 위해 서울 주재 미대사관으로 몰려갔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날 밤 미대사관 옆 광화문 네거리는 5만여명의 시위대가 들고 있는 촛불 빛으로 가득 찼으며, 이 때문에 미 대사관 전체가 마치 촛불에 삼켜진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날 집회가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벌어진 일련의 시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추모 시위였다고 전하면서 "과거 일부 학생들에게 국한됐던 반미 감정이 스타 운동선수와 유명 영화배우·음악가들을 포함한 주류 한국인들에게까지 번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 방송의 인터넷판도 집회 장면을 담은 두 장의 사진과 함께 실린 '한국인들, 거대한 반미 시위 개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지만 전화 한통이 이날 모인 시민들을 달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진세근 기자, 외신종합

sk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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