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악단이 지방에 클래식 공연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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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창호와 마루 등 목재 건축자재 메이커인 이건산업은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클래식 음악회를 열기 위한 준비로 바쁘다. 마케팅이나 판촉 행사 차원에서 주요 고객들만을 위해 공연 이벤트를 여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다. 이건산업은 문화나 예술 공연에서 소외된 지방 주민들을 무료로 객석에 초대한다. 이 회사의 음악 공연은 전국 지방 도시의 공연장을 무대로 현지 주민들을 초청한 가운데 막을 올린다. 좀처럼 연주회를 찾기 힘든 환경 미화원이나 집배원 등도 초청장을 받는다.

2년 전엔 좌석이 5백석 남짓한 경기도 안산의 올림픽기념관에서도 지역 주민들을 불러 공연을 열었다. 무대에 오르는 초청 공연단은 세계 정상급 연주가나 악단들. 체코의 탈리히 현악 4중주단을 비롯해 헝가리 금관 5중주단, 로드 아일앤드 색소폰 4중주단 등 실내악단과 칠레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펄 등이 무대에 섰다.

인천에 본사를 둔 이건산업이 연례 연주회 행사에 나선 것은 국내 기업들 사이에 '기업문화활동(메세나)'의 개념조차 희박했던 1990년부터다.

문화·예술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은 쉽지 않았다.

"회사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 "그런 돈이 있으면 차라리 직원 복지 예산이나 늘려라"는 등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첫해에 체코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을 초청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으며, 이제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악 행사로 자리잡았다.

사회 공헌 취지에 걸맞게 음악회를 여는 동안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등과 함께 자선모금 행사도 연다. 13회째를 맞은 올해에도 지난 10월 독일 바로크음악 전문실내악단인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을 불러 1주일간 서울·인천·대전·부산 등 4개 도시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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