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재활용해 70억 매출 올리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고삼면. 고즈넉한 시골길을 따라가니 농가 한켠으로 '음식물쓰레기 걱정이십니까'라는 간판과 함께 붉은 벽돌.흰 페인트로 깔끔하게 단장한 건물들이 보인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업체인 ㈜팹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도로부터 도내 82개 민간 자원화시설 중 사료업체로는 유일하게 우수시설 판정을 받았다.

▶ 자신의 돼지 사육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대규 사장.최정동 기자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일일이 구별해 버립니까. 어떤 음식물쓰레기가 들어와도 영양가 높은 사료로 만들어내는 것이 저희가 가진 기술이지요."

너털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맞은 이대규(49)대표는 음식물쓰레기 전용 수거차량을 생산하는 경기특장개발㈜ 대표와 돼지 5000여마리를 직접 키우는 양돈주도 겸하고 있다. 자신이 개발한 전용차량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 자신이 발명한 처리 시스템으로 사료를 만들고, 이를 자신의 돼지에 먹여 이곳에서만 연간 7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전용 수거차량=처리시설 앞으로 가니 5t , 2.5t짜리 수거차량들이 서있다. 그런데 보통 수거차량과 다르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데다 레미콘 차량처럼 통이 돌아간다.

"차체가 녹슬 염려없고, 통이 돌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발효가 됩니다. 밀폐 용기라 냄새도 안 나지요."

◆ 특수처리 시설=공장에서는 하루 50t 정도의 음식물쓰레기가 처리된다. 통 속에서 처리돼 악취도 적고 중앙제어장치실에서는 공정을 쉽게 점검 할 수 있다. 그는 "이쑤시개는 물론 숟가락.식칼, 심지어 청바지까지 들어오는데 모두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 사료연구소=음식물쓰레기는 영양소가 부실하기 때문에 보조 사료를 섞어야 한다.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어떻게 섞느냐가 팹스의 노하우다. 그는 이를 위해 건국대와 산학협동을 맺고 부설 연구소를 차렸다.

건국대 출신인 안정제(환경미생물학) 박사 등 연구원들은 돼지에 맞는 최적의 사료를 만들어 낸다.

◆ 돼지 키우기=처리시설 위쪽으로 2만평 부지에 돼지 사육장이 차례로 들어서 있다. 새끼부터 어미돼지까지 5000여마리가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먹은 돼지는 보통 '짬밥돼지'로 불리며 일반 사료를 먹은 돼지보다 가격면에서 10% 정도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저희 돼지는 제값 받는 것은 물론 일반돼지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 유명 브랜드에도 납품됩니다."

◆ 이대규 사장은=상고(강경상고)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하지만 기계에 대한 남다른 감각은 그를 레미콘.덤프트럭 50여대를 모는 사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골재를 퍼나르는 환경파괴보다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자원재활용 바람이 불자 그는 1992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가족들이 모두 반대했지요. 그냥 빌딩이나 사서 편안하게 지내자고. 하지만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투서로 세무서.감사원 감사가 이어질 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더라고요."

그는 "앞으로 돼지 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섞어 메탄가스까지 생산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안산=정형모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