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전경련 회장직 수락 요청에 난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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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은 2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을 만나 차기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봅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문제는 2월 23일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전경련 총회 때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단을 만나 일단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 경영에 주력해야 할 때이고 당분간 해외 출장을 많이 갈 예정이어서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사회에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회장을 맡는 게 회원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회장단과 재계의 원로인 고문들이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의 구심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속 권유하자 "신중히 생각해 봅시다"라고 한걸음 물러섰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현명관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면담 후 회장단이 신라호텔에 모여 따로 의견을 나눈 결과 이 회장의 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총회 약 1주일 전인 2월 중순까지 이 회장의 응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또한 그 사이 회장단 회의를 하고 이 회장을 한 번 더 찾아가 설득하는 방안 등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날 면담에는 강 회장, 현 부회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현재현 동양시멘트 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등 회장단 6명과 전경련 고문인 송인상 효성고문, 김준성 이수화학 명예회장 등 모두 8명이 참석했다. 삼성 측 인사로는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배석했다.

전경련이 기다리기로 한 2월 중순이 돼서도 이 회장이 고사 의사를 밝힐 경우 차기 전경련 회장 선임에 난항이 예상된다. 총회를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이어서 다른 재계 인사를 추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강신호 현 회장이 연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강 회장은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완강히 고사하고 있다.

김영욱.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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