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선거 꼼짝마' 밀착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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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로 '무장'하고 대통령선거 후보자 유세현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시민단체 밀착감시단이 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함께 공명선거 캠페인을 전개 중인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집행위원장 박인주)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밀착 감시를 지난 5일부터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에겐 각각 두 명의 감시단 요원이 따라붙어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유세장의 수상한 풍경들을 찍고 있다. 여기에 각 지역에서 지원한 자원봉사자들이 유세 현장에서 감시단원으로 합류한다. 이에 따라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모두 1백50여명이 밀착 감시에 참여할 전망이다.

공선협 김동흔 사무처장은 "이번 활동은 단순히 불법 선거 운동을 적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거 유세에 동원된 차량 한 대, 스피커 한 개까지 전부 카메라에 담아 앞으로 각 당의 선거 비용 지출 내역과 대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후보들이 법정 선거비용을 준수하는지를 가리기 위해선 철저한 실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세 현장에서 일일이 기록을 남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선협은 현장에서 집계한 비용과 대선 후보별 명목상 지출 비용의 차이 등을 파악해 현행 선거법의 비용 관련 규정의 문제점도 찾아낼 계획이다.

공선협은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일주일간 밀착 감시단 요원들이 두 후보의 전국 유세현장을 따라다니며 캠코더에 담아온 장면을 상영했다. 감시단이 찍어온 화면에는 유세에 동원된 차량들이 번호까지 선명하게 기록됐고, 멀티큐브·앰프·스피커·홍보전단·플래카드 등 돈이 들어가는 용품이 꼼꼼히 촬영됐다. 청중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현장들도 포착됐다. 공선협 측은 유세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과 유세장 별 동원장비 현황 등을 홈페이지(www. voters. or. kr)를 통해 공개할 방침이다.

공선협의 한 관계자는 "한 대선 후보 측이 지역 유세를 마친 뒤 사람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식당으로 데려갔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밀착 감시요원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다시 사람들을 버스에 싣고 떠나는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민의식이 성숙해진 덕분에 금품살포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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