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공동유세 종반 새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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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선거공조에 전격 합의했다. 한나라당엔 비상이 걸렸고, 盧후보 측은 사기가 올랐다.

盧·鄭 선거공조 합의는 두 사람이 집권 후 공동정부를 운영하기로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13일 단독회동에서 두 사람은 신뢰를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권력분산이 실제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양측은 문서로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1997년 DJP 합의에 이은 또 다른 '권력 나눠먹기 밀약'이란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 鄭대표가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동정부 보장에 관한 내용은 정리된 것 같다. 양측에 따르면 책임총리제를 확실하게 실시하고 외교·안보·통일분야에서도 통합21 측의 정책이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총리지명권은 鄭대표의 몫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DJP 경우처럼 이 문제는 막상 집권상황이 오면 권력 관리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

엿새 남은 선거공조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공동유세를 두세 차례 하고, 남북·대미관계와 경제문제에서 鄭대표가 盧후보를 보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역할분담을 할 것이라고 한다. 鄭대표는 특히 '정몽준 지지층'이 두텁다고 주장하는 충청·강원권 지원유세를 강화하고, 40대와 주부층을 공략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盧·鄭공조로 달라진 공약=이날 오후 민주당 임채정(林采正)·통합21 전성철(全聖喆)정책위의장이 정책공조 합의문에 서명함에 따라 노무현 후보의 대선공약도 수정됐다.

가장 큰 변화는 북한 핵 의혹과 관련한 대북 현금지원 문제다. 양당은 "핵무기 개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 차원의 현금지원 사업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율했다. 盧후보의 기존 입장은 '현금 지원 계속'이었다. 현재 현금 지원 사업에 해당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이다.

대미 관계에서 양당은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면서도 "한국전쟁 당시 많은 미국 국민이 희생을 치렀으며, 확산하는 국내 반미감정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제기로 연결돼선 안된다"고 했다. 통합21 측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정몽준 대표의 정치개혁안이었던 이른바 'MJ 프로그램'은 거의 반영됐다.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신설, 교육인적자원부 기능의 지방자치단체 이양,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행정고시 폐지 등이다. 다만 이들 정책은 현실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에서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하는 鄭대표의 입장도 부각됐다.

盧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 유지 입장만을 밝혀왔으나 이번 합의에서는 "공정거래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면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전영기·김성탁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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