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성교회, 노조 파업하자 직장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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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의 한 교회가 최근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직장 폐쇄 결정을 내렸다. 문제의 교회는 서울 풍납동 광성교회(담임목사 이성곤). 지난 11일 부목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을 요구하며 교회 기독노조가 농성에 돌입하자, 교회가 사측 쟁의행위에 해당하는 직장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 교회 초유의 사건이다.

문제는 이 사건을 통해 기독교 안팎이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교회에 노조가 있고, 그 노조에 목사가 가입했다는 것도 세간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하지만 최근 교회들은 이 문제로 몸살을 앓아 왔고, 논쟁도 거듭돼 왔다. 게다가 노조가 농성을 하자 교회는 문을 닫아버렸다. 영락없는 대기업의 노사 갈등 구조다.

그러나 목사는 지난해 이미 정부로부터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았다. 노동부는 지난해 "교회 종사자의 경우, 비록 종교단체에 근무하고 있으나, 그 근무관계의 성격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아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노조법상 소정의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림으로써 기독노조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기독노조는 합법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목사 9명을 비롯해 교회 종사자 40여 명이 가입해 있다.

그러나 대다수 목사와 신도들은 "교회에 노조가 생긴다는 것은 세계 어디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박한다. "교회에는 분명 교회법이 있는데 사회법이 교회를 지배한다면 교회의 존립기반 자체가 무너진다"는 주장이다.

신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목사가 노동자라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박준서 연대 신학과 교수)는 의견과 "이 땅의 노동은 모두 하나님께 봉사하는 것으로 목사도 노동자로 볼 수 있다"(강근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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