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 그 영혼의 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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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미션'(1986년)에서 가브리엘 신부가 폭포수를 배경으로 원주민에게 오보에 연주로 들려주던 애잔한 선율을 기억하시는지.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이 영화음악을 녹음한 아일랜드 태생의 오보이스트 데이비드 애그뉴(45·www.oboeking.com·사진)가 새 앨범'오보에'의 홍보차 서울을 처음 방문했다. 서울 체류중 방송에 출연하고, 19일 개봉 예정인 이종혁 감독의 영화'H'의 사운드트랙(조성우 작곡)도 녹음한다.

"영화 배경음악을 녹음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녹음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작곡자인 엔니오 모리코네의 허락을 받아 싱글 앨범을 내기도 했죠."

아일랜드 더블린 태생인 애그뉴는 어릴 때 기타·피아노·리코더를 배웠지만 '영혼을 부르는 듯한 음색'에 매료돼 17세 때 오보에로 전공을 바꿨다. 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는 등 특이한 경력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오보이스트인 하인츠 홀리거(63)를 사사했으며 82년부터 RTE 콘서트 오케스트라 수석 오보에 주자로 활동 중이며 시즌이 끝나면 틈틈이 음반도 녹음하고 외국 순회공연도 다닌다.

"갸냘프고 애수어린 음색이 오히려 심금을 울립니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성악·바이올린·피아노·기타·플루트 못지않게 오보에도 독주 악기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얼굴이 찌그러지는 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음색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오보에 음악을 대중화하는 것이 저의'미션'(召命)이라고 믿습니다."

혼성 듀오 시크릿 가든의 음반 녹음에도 참가한 그는 지금까지 8장의 크로스오버·켈트 음반을 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클래식 앨범'오보에'(에클립스 뮤직)에는 생상의'백조', 사티의'짐노페디', 바흐-구노의'아베 마리아',헨델의'울게 하소서', 알비노니의'아다지오'등 친숙한 클래식 명곡들이 수록돼 있다.

애그뉴는 내년 영화 주제음악 앨범을 발표하면서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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