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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상품 브랜드숍 키운 OEM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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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000여 개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여야 하는 게 화장품 브랜드숍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많은 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란 불가능하다. 공장 규모에도 한계가 있고, 제품을 일일이 개발하려면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브랜드숍은 제품의 상당수를 위탁 제조한다.

주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방식을 쓴다. 더페이스샵과 토니모리는 거의 100% 위탁 제조를 통해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10여 개의 화장품 위탁 제조업체가 있다.

브랜드숍과 위탁 제조업체는 의사와 약사의 관계와 비슷하다. 의사가 처방을 내리면 약사가 약을 짓듯이, 브랜드숍 업체가 화장품을 주문하면 제조업체가 거기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낸다. 한국콜마 성승희 팀장은 “우리 회사에서 여러 브랜드를 생산해도 각 브랜드의 요구에 따라 원료, 성분 비율, 처방, 향, 패키지 등이 달라지므로 브랜드별로 완전히 다른 화장품을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위탁 제조업체 관계자는 “OEM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브랜드숍이 이 정도로 성장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색조 화장품의 경우 사실상 거의 100%를 위탁 제조업체가 만든다”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경우 1400여 품목을 매월 500만 개씩 생산하고 있다. 납품하는 곳만 170여 곳에 이른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위탁 제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브랜드 마케팅 비용만 있다면 바로 브랜드숍 시장에 진출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기 때문에 화장품 업체들이 쉽게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여 년 동안 브랜드숍 시장이 커지면서 위탁 제조업체도 동반 성장했다. 업계 1위인 한국콜마의 매출은 2000년 339억원에서 지난해 1535억원으로 다섯 배 커졌다. 코스맥스도 지난해 매출이 37.2% 증가하는 등 10여 개 위탁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에도 제품을 납품하는 등 제조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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