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떠도는 충정 민심]부동층 20~25%… 李·盧 서로 "판세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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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8일 대전→청주→천안을 돌았다. 충청권의 심장부격인 곳들이다.

대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수도 이전 공약에 따른 구체적 청사진도 밝혔다. ▶새 수도엔 청와대·중앙부처·국회까지 이전할 것이고▶당선하면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 합동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를 두겠다며 기술·비용 문제 등에 대해 세밀한 계획을 내놨다.

盧후보의 한 참모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충청 유권자들에게 잘 먹혀들고 있다"면서 "盧후보가 의지를 갖고 수도 이전을 실행할 뜻이 있음을 부각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차별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선거 공조도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21 측은 "정책 조율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공동 합의문의 문구 등을 놓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2차 TV토론이 있는 10일을 전후해 盧·鄭 회동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이 양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鄭대표도 7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차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5년 동안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盧후보와 정치를 하겠다"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鄭대표의 손을 맞잡고 유세에 나서게 되면 출렁대는 충청 민심의 흐름을 잡아 대세를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공조 효과가 1백% 가동되면 압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盧후보가 우위를 보이는 20∼30대 젊은 유권자를 결집시켜 투표율을 높이고, 나아가 경기 남부·인천 등 충청 출신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에서도 파급 효과가 적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나 이인제 총재권한대행 등을 앞세우려는 한나라당의 지역연대 전략을 무력화하려는 속셈도 깔려 있다.

한편 민주당은 盧후보 공동선대위 명예위원장을 맡기로 한 鄭대표의 방을 盧후보 집무실과 같은 층인 민주당사 8층에 나란히 마련키로 하고 방을 꾸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충청권에서 조직력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속시원히 오르지 않고 있다.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기존 원외 위원장들과 자민련 출신 현역 의원들 사이의 갈등도 한 요인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남은 기간 조직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구당마다 읍·면 단위별로 2백∼3백명 가량이 참석하는 '확대당직자 회의'를 개최하고, 예산 출신인 李후보가 당선돼야 충청권이 더욱 발전할 것임을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朴槿惠)의원의 지원 사격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육영수(陸英修)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어서 충청권엔 朴의원의 인기가 상당한 편이다.

한나라당은 朴의원을 충청권에 상주시키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날 등에 맞춰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李후보도 판세 추이를 봐가며 한 두차례 더 충청권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신경식(辛卿植)대선기획단장은 "李후보 지지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바닥층에 많이 깔려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안에 파고들어 이를 건져올린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후보가 내세우는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공약은 "DJ가 농가 부채 탕감을 약속한 것과 같은 터무니 없는 사기공약"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요 예산만 50조∼60조원에 달하는데 무슨 재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더구나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행정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는 것은 가당치 않은 얘기"라고 반박한다.

李후보는 현실성 있는 공약을 강조하며 안면도 일대를 디즈니랜드 같은 휴양단지로 개발하고 대전을 과학기술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나섰다. 당 일각에선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의 대전 이전 공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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