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효성 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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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고합 나일론 필름 공장 인수를 놓고 경쟁을 해온 코오롱과 효성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지난 4일 고합 공장 인수 우선협상자인 코오롱의 기업결합 승인에 대한 가부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돌연 일주일 연기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오롱이 고합 당진 공장 생산분을 전량 수출하는 등 수정안을 내놓은 데다 위원들 간 이견이 있어 결정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11일 전원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룰 예정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과 효성 양 측의 해석은 서로 다르다

코오롱 측은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롯데칠성의 해태음료 인수,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때도 똑같은 독점이 문제가 됐지만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예외가 인정됐다"며 "공정위가 과거의 경우와 다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효성 측은 공정위의 실무 심사를 맡은 사무국에서 '코오롱이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이 72%까지 높아져 독점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했는데 코오롱의 로비로 결정이 연기됐다는 주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4일 열린 공정위 총회에서 코오롱에는 두 시간 동안 설명할 기회를 준 데 비해 효성은 20여분밖에 시간을 주지 않아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코오롱과 효성의 대립은 지난 8월 산업은행이 주간한 매각 입찰에서 코오롱이 효성보다 39억원 많은 4백59억원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효성은 공정위에 "코오롱이 인수하면 독점 문제가 생겨 국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의제기를 했다.

주로 햄·과자 포장재로 쓰이는 나일론 필름은 올해 시장 규모가 1천5백억원 정도인데 해마다 20% 이상 커지고 있다. 특히 이익률은 매출의 10%를 넘어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선을 앞두고 미묘한 라이벌 기업의 싸움에 부담을 느껴 결정을 4개월째 미루고 있는 것 같다"며 "화섬업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공정위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소신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김영훈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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