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후보 발표' 발등에 불 JP와 권력분할도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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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인제(李仁濟)의원이 5일 자민련 부총재 겸 총재권한대행에 임명됐다. 민주당을 탈당한 지 나흘 만이다.

김종필(金鍾泌·JP)총재는 명예총재로 물러나지 않고 총재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실질적인 당무는 李대행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이로써 자민련은 잇따른 탈당사태의 후유증을 벗고 새로운 50대 선장과 함께 재출범의 돛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李대행의 앞길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다. 입당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었던 숱한 우여곡절 못지않게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당장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李대행은 최근 며칠 동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 지지를 강력히 시사해왔고, 사실상 공식 선언만 남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총재권한대행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은 분명히 전과 달랐다. 李대행은 "너무 늦어도, 너무 서둘러서도 안된다"면서도 "당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JP도 이날 당무회의에서 "국민의 뜻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살피면서 좀더 신중히 기다린 뒤 결정하겠다"며 "합당이니, 통합이니 하는 얘기가 이 시간 이후에 절대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금언령(禁言令)을 내렸다.

정치권은 대선후보 TV토론 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가 종합판세는 물론 충청권에서조차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이자 JP와 李대행이 멈칫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2주도 채 안남아 李대행은 당장 초읽기에 몰리게 됐다.

JP와의 권력 분할도 난제다. 李대행 측의 바람과 달리 이날 JP는 총재직을 내놓지 않았다. JP의 핵심 측근은 "자민련은 '젊은 CEO'를 영입한 것에 불과하며, JP의 수렴청정은 다음 총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李대행이 측근 의원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필마단기로 입당한 것도 초반 기세싸움에서 밀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금도 문제다. 李대행이 당 운영자금을 제대로 끌어오지 못할 경우 JP에 상당기간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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