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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사생활 루머 인터넷에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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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연예인 사생활 관련 보고서. 이 보고서는 톱스타 연예인 99명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은밀한 사생활과 소문 등을 담고 있다.

한 광고기획사가 광고 모델 선정 때 참고할 목적으로 조사기관에 의뢰해 만든 유명 연예인 사생활 관련 문건이 일반에 유출돼 17일 밤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조사기관인 D리서치사가 광고기획사 C사의 의뢰를 받고 지난해 11월 작성한 '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결과 보고서'라는 이름의 113쪽짜리 문건이 파문을 부르고 있다. 톱스타 남녀 연예인 99명과 신인급 20명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매력과 재능▶자기관리▶소문 등 7개 항목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별점까지 곁들여 싣고 있다.

여기엔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관한 미확인 소문들과 '몸매 관리 안 한다''다리가 짧아 광고 사진에서 CG로 다리 길이를 늘인다''별명이 50원'이라는 식의 악담에 가까운 적나라한 평가가 여과 없이 담겨 있다.

유명 인사와의 염문설이나 정치인과의 관련설, 마약 흡입, 성생활, 폭력적 성향 등 이 문건에 실린 내용 대부분은 지난 몇 년 동안 스포츠신문 등에서 익명으로 기사화되었거나 증권가를 떠도는 뜬소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는 입에 담기에 거북할 정도로 선정적인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다.

문제는 리서치사가 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한 TV 연예 담당 리포터와 스포츠지.통신사 기자 10명의 실명과 그들이 연예인에 대해 한 말 등 외에 시중의 근거 없는 소문이 이 보고서에 섞여 있어, 소문이 마치 진실인 양 부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한 내용에는 인용부호까지 달려 있어 일부 네티즌은 이를 사실로 믿기 쉽다.

이 때문에 보고서에 언급된 해당 연예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 여러 명이 아주 부정적으로 언급된 연예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 HQ의 한 관계자는 "문건을 구해 읽어보았는데 너무 황당해 할 말이 없다"며 "문건을 작성한 C사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획사들도 비슷한 입장이어서 "보고서에 포함된 연예인 소속 기획사들이 연대해 공동으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보고서 작성 때 인터뷰 대상이 됐던 심층 면접 대상자들은 19일 "보고서에는 인터뷰 내용과는 무관한 소문이 마치 우리가 한 말인 양 다량으로 포함돼 있다"며 "응답자들도 문서 유출 사태의 피해자"라는 반박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문건 작성을 의뢰한 C사 측은 19일 "리서치 기관에서 우리에게 보내온 보고서에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소문이 많아 지난해 11월 문건을 받자마자 담당자에게 수정을 요구했었으며, 이 문건은 1차 자료 수준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C사는 또 "해당 문건은 D리서치 측에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연예인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문서 유출에 따른 책임소재 등을 놓고 법적 분쟁이 생길 수도 있게 됐다. 또 법적인 문제와는 상관없이 이 문건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앞서 몇 년 전 일명 O양 사건과 B양 동영상 사건 등 연예인의 사생활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번진 바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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