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정치]'행정이 연구 상전' 5共 이래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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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과학기술 지상 정책을 폈던 박정희 대통령 이후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등 네명의 대통령이 있었다.과학기술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어땠고,그로 인해 과학기술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1972년부터 30년간 국내 연구계에 몸담았으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등을 지낸 박원훈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전두환 대통령=朴이사장은 "전두환 대통령 때는 앞선 정권의 전통을 이어받아 과학기술에 많은 지원도 이뤄졌다"면서도 "한편으로 과학기술 행정이 관료화됐고, 이로 인해 많은 과학자들이 외국으로 나갔다"고 말한다.

朴대통령 때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전체 연구비의 일정 비중을 스스로 벌도록 했는데, 全대통령은 이런 부담을 없애고 "안정된 지원이 있어야 과학이 큰다"며 연구비를 대폭 늘렸다. 또한 朴대통령처럼 연구소 등을 수시로 찾아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출연 연구소를 공권력으로 통폐합하면서 자율적인 연구 분위기가 가라앉고, 관료적 행정이 연구 방향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고 朴이사장은 회고했다.

◇노태우 대통령=朴이사장은 "대통령의 무관심으로 과학기술계가 가장 침체됐던 시기"라며 "盧대통령은 과학기술 현장을 찾은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의 5%를 과학기술에 쓰겠다는 장밋빛 계획도 이때 일찌감치 나왔지만,

盧대통령 때는 전혀 진척이 없다가 문민정부부터 점차 늘어나 올해에야 4.7%에 이르렀다.

◇김영삼 대통령="고집이 센 것으로 알려진 YS였지만, 과학기술자들에게는 전적으로 귀를 기울였다"고 朴이사장은 평가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만들고 여기서 제안한 과학기술특별법 등을 거의 가감없이 받아들여 추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장 현장에서 활용할 기술을 개발하기에 급급했는데,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학의 연구를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과학기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외부 연구과제를 받아 돈을 벌어야만 하는 제도(PBS)를 실시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지만, 과기부의 행정이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은 과기처를 과기부로 격상시키고, 연구비를 늘리며, 연구기관들이 행정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이른바 '기술이사회'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해야 하는 연구비 관리 업무를 과기부 공무원들이 그대로 갖고 있는 등 행정이 연구를 장악하려는 것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朴이사장은 "차기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훨씬 뒤에 결실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과학기술 투자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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