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대선후보 TV합동토론]권영길 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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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소후보 중 유일하게 3일 대선후보 TV합동토론에 참가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짭짤한 재미를 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權후보는 당초 토론 참여가 불가능했으나 '15대 대선 이후 전국선거에서 5% 이상의 지지를 얻은 정당의 후보를 포함한다'는 대선후보방송토론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참여하게 됐다. 민노당은 지난 6·13지방선거 정당투표에서 8.1%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래서 이날 토론은 3자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權후보는 토론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한 두 후보를 시종 밀어붙였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 신장개업당""5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후보와 5년 더 시간을 달라는 후보"라며 차별화도 시도했다.

그는 주요 정책에서 李·盧후보와 비교적 선명한 차이를 보였으며, 다른 후보들에게 즉석에서 여러가지 제안을 하기도 해 토론회를 민노당의 정책 선전장으로 십분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개정을 줄곧 요구해온 그는 "李후보는 우리를 과격·반미집단이라고 했고, 盧후보도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이젠 김대중 대통령까지 개정을 언급했다"며 "이 자리에서 부시 미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SOFA 개정에 공동 서명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지역감정을 놓고도 그는 "한나라당과 영남 간, 민주당과 호남 간 고리를 끊는 게 우선"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李·盧후보 간 논쟁이 벌어지는 중간에 발언권을 얻은 權후보가 갑자기 새로운 주제를 꺼내는 바람에 토론의 맥이 종종 끊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權후보가 사안에 따라 상대를 골라가며 비판에 치중해 盧후보의 팬클럽인 노사모의 홈페이지에는 "주적(主敵)을 명확히 하라""사오정 같은 권영길은 후보를 사퇴하라"는 등의 비난 글도 올라왔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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