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형'소비패턴 확산됐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다가오는 석유 위기』의 저자인 콜린 J 캠벨 등은 석유가 몇십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납·아연 같은 주요 지하자원도 20∼30년 안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며,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천연가스와 우라늄도 각각 2050년대와 2060년대에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 한다.

마른 수건이라도 짜는 심정으로 자원 고갈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몇십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지금부터 모든 산업구조와 소비형태를 철저하게 절약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국제 유가가 요동칠 때 근시안적인 대증요법으로만 대처해온 것에 비해 일본은 제1차 석유파동 때부터 '생력화(省力化)'란 이름으로 에너지 절약방안에 매진해 이제 기반을 잡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웬만한 원자재는 모두 수입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미래전략에 재활용과 그에 관한 방안도 포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갈돼 가는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을 촉진해 명실상부한 자원순환형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모든 소비형태를 혁명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즉 소비 패턴을 소유(owning)에서 임대(leasing)로 전환하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모든 문화와 전통은 존중돼야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소유에 너무 집착해 왔다. 그것은 과거에 재화가 부족해 소유에 대한 욕구가 강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도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임대문화가 우리 사회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자원이 생산활동인 동맥과 재생활동인 정맥의 양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생산에서 사용, 그리고 폐기라는 동맥에서의 일방통행에만 편중돼 있다.

소비형태를 전환하면 소비자의 책임이 무겁게 보일 수 있지만 생산자도 쓰고 난 물품의 최종 처리와 재활용에 훨씬 많은 책임을 지도록 유도하게 된다. 방법론상에는 많은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주택은 물론 자동차·사무용품·가전제품·가구·PC·휴대전화기도 임대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라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임대 형식으로 소비되는 물품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복사기가 있다. 다른 물품에 대해서도 임대 형태로 소비를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휴대전화기도 이러한 임대에 의한 확실한 회수시스템이 가동될 경우 매우 유용하게 재활용될 것이다. 소비패턴을 임대로 바꿔야 하는 것은 역 루트를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해 설계하고 발생된 폐기물을 생산자가 알뜰히 재활용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도 소비패턴을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안된다고 생각하면 삼십년 후에도 안된다. 그러나 된다고 생각하면 하나씩 차근히 되는 방법을 얼마든지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복잡한 서울의 시내버스는 기사 혼자서 요금 받고, 안내방송을 하고,앞뒤 문을 여닫고도 사무실과 교신까지 하며 운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인도에서는 아직도 관광버스에조차 조수가 없으면 운행을 못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문제는 의식이며 의지인 것이다.우리는 세계가 모두 머뭇거리고 있을 때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같은 고도의 마켓 메커니즘을 도입해 거뜬히 성공시킨 저력의 국민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