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뭘 가르쳤는지…" 大卒신입 실무지식·기술 평균 18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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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LG전자가 올해 뽑은 직원의 35%는 경력사원이다. 지난해 30%보다 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은 줄었다.

이 회사는 또 수년 전부터 미국·유럽 등지를 돌며 우수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사노경팀의 한만진 상무는 "신입사원이 대학시절에 배운 내용이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에 매년 경력자와 해외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며 "대졸자는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쓸 만한 인재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과 기술 수준을 못 미더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원사 인사담당자 3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기업에서 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과제'란 보고서에서 대졸 신입사원들이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기술이 기업의 요구수준을 1백점 만점으로 했을 때 평균 26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10점 이하로 혹평한 응답자의 비율도 25%에 달했다.

세부적으론 실무에 필요한 전문지식·기술에 대해서는 평균 18점을 줬으며, 인성·태도부문은 27점, 기초능력·지식은 35점으로 평가했다.

'대학 등 각급 학교에서 인재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54%)이 잘하고 있다(4%)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항목별로는 실습 및 현장교육과 창의력 배양교육에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에서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전공과 관련한 이론지식(4%)이나 상식 등 기초지식(3%)보다는 기본적인 인성·태도(32%)와 의사표현 능력(26%)을 더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 김보수 경쟁력강화팀장은 "기업들이 대학교육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무능력보다는 잠재적 자질이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며 "이들을 일단 뽑은 뒤 재교육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교육할 때 실무와 관련한 지식·기술(31%)과 기업문화 등 의식교육(29%)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사 담당자의 90%가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과 입시 위주 교육의 병폐 등의 문제로 자녀를 해외에 유학을 보냈거나 이를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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