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이 배추 1만포기 재배 불우이웃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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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마산·창원·진해 지역 10여개 중·고교 학생 40여명이 직접 가꾼 배추 1만포기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경남연합 내고장 봉사대'소속인 이들은 대원 진성훈(16·마산 합포고1)군의 아버지 농장에 지난 8월 씨를 뿌려 재배한 배추를 지난달 30일 오후 수확했다. 경남 창원시 동읍 봉곡리에 있는 농장은 2천여평 규모다.

학생들은 학부모와 자원봉사단체 회원 등 80여명의 도움으로 수확한 배추를 경남사회종합복지관(3천포기)·마산 성로원(2천포기)·마산종합사회복지관(1천4백포기) 등 사회복지시설 열곳에 기증했다.

경남도청직장협의회·마산 무선적십자 봉사회 등이 배추 배달에 필요한 1t트럭 10대를 지원해 주었다.

학생들은 매주 토·일요일 농장을 찾아 퇴비와 물을 주고 김을 맸다. 한여름 낮 하천에서 물을 길어와 밭에 뿌리고 농약을 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봉사대장 석동훈(16·마산 용마고1)군은 "피부가 벌겋게 타고 손에 물집이 생겼지만, 배추가 조금씩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고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기뻐 매주 밭을 찾았다"고 말했다. 평일엔 학부모 10여명이 밭을 돌봤다.

石군은 1994년 4월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다친 뒤 받은 보상금 6백여만원으로 봉사대를 결성했다.

그의 아버지 석민호(47·커피점 경영·마산시 자산동)씨가 도와주었다. 石군은 친구 10여명과 함께 돼지·닭 등 20여마리를 진성훈군의 아버지 농장에서 길렀다.

학생들은 사육법을 배워 주말마다 가축을 돌본 덕분에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이들은 그해 가축을 판 돈 2백여만원으로 창원·마산 사회복지시설에 도움을 주었다.

이후에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훈훈한 정은 끊이지 않았다. 학생들은 지난 2월 닭 1천여마리를 팔아 새 모이 3백부대를 사들여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서 모이주기 운동을 벌였고, 4월엔 닭 3백여마리를 팔아 백혈병 어린이를 도왔다.

또 지난 7월엔 수박 70여개와 오이·가지·상추 등 야채 50상자를 적십자 무료 급식소와 청소년 쉼터에 전달했다.

대원 김경진(19·마산제일여고3)양은 "내가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부모들과 함께 마산교도소·39사단·육군정비창 등에 가 거둬 온 잔반을 가축들에 먹이기도 한다. 지도교사 서정대(徐正大·55·마산 용마고)씨는 "청소년들에게 협동심·노동의 중요성과 이웃사랑을 체험토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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