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더 와도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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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16일 서울시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를 찾아 영빈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중국 여행객 200만 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더 와도 걱정입니다.” 박장진 하나투어 인터내셔널 중국팀장의 말이다. “중국 관광객을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왜냐고요. 잘 곳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법무부가 단 한 명의 중국 관광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간소화 조치를 전격 발표한 게 지난 1일.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문은 활짝 열었지만 정작 손님 맞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연휴가 대부분 일본과 겹칩니다. 더 비싼 돈을 내고 온 일본 관광객이 서울 호텔을 차지하고 나면 중국 관광객은 변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지요.” 중국 전문 가이드 남진숙씨의 설명이다.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5만 명.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2.9%나 늘었다. 폭발적 증가세다. 비자 발급 간소화 조치까지 더해져 올해 목표인 160만 명을 뛰어넘어 200만 명의 중국 여행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환호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관광객을 받아들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본지는 여행업계와 정부기관, 학계의 중국 전문가와 중국 관광객 등 57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잘 곳 없어 헤매야 하는 숙박 문제와 수준 이하의 가이드, 질 낮은 먹을거리, 부당한 대접 등을 한국이 해결해야 할 4대 문제로 꼽았다. 이런 문제 해결 없이 중국 관광객 유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의 한국 관광 만족도는 3.97로 평균 4.12를 크게 밑돌았다.

“ 대만과 싱가포르 관광객은 벌써 한국에서 돈 쓰길 주저합니다. 중국 관광객도 10년 후면 한국에서 살 게 없다고 말할 겁니다.” 중국 전문 가이드 위현씨의 말이다.

글=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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