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칫솔 등 1000만불 어치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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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39회 무역의 날(29일)을 맞아 작은 무역회사가 생활필수품을 팔아 1천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사장을 포함해 직원이 8명밖에 안되는 소규모 무역회사인 UEC코리아(대표 김정임)가 설립 1년 만에 상을 받은 것이다.

이 금자탑을 사실상 쌓은 사람은 재미 동포 여성 캐럴 최(39·사진)씨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통회사 UEC를 이끌고 있는 그는 자신이 대주주로 참여한 UEC코리아를 통해 국내에서 물품을 공급받아 미국에 판다.

여섯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한 崔씨는 심리학과 병원행정학을 전공한 뒤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1993년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동업을 했으나 이 회사가 파산하자 독립했다.

崔씨는 한국산 생필품을 자체 브랜드로 만들어 올해에만 미국의 주류사회에 2천만달러 어치 이상을 팔았다. 그가 취급하는 아이템은 1백여종이다. 그 대부분은 몇십 센트짜리 칫솔·치약·티슈 등이다.

그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신용과 신뢰를 쌓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사해 왔다"고 말했다.

"언젠가 미국의 한 거래선 마케팅 담당자가 저를 부르더니 특정 물품을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겠느냐고 묻더군요. 전 품질이 좋은 제품을 당장 그렇게 대량 공급할 수는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는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무턱대고 가능하다고 답하는데 당신은 뭔가 특별하다'고 하더군요."

그로부터 얼마 후 崔씨는 그 회사에 많은 물량을 팔 수 있었다.

세일즈맨을 단한명도 두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영업하는 崔씨는 "물건을 팔려고 덤비는 게 아니라 주부인 내가 직접 써보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崔씨는 미국 내 3백여명의 도·소매업 바이어와 거래한다. UEC 브랜드는 미국 전역과 멕시코·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지역에 깔려 있다.

그는 "국산품의 품질관리에 자극을 주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아 지난 4월 충북 음성군에 물티슈를 만드는 (주)ICPM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9개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EM)방식으로 물품을 공급받는다. 崔씨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3천2백여개 대형 할인점을 운영하는 타겟사에 국산 생필품을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홍균 기자 re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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