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독립이 곧 인권 보호에 직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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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불편 해소와 인권 보호를 위한 것입니다."

최근 경찰 수사권 독립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경찰대 총동문회장 황운하(黃雲夏·40·경찰대1기·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는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경찰이 검사에게 보고하고 지휘를 받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의자는 경찰과 검찰에서 이중 조사를 받아야 하고 구속·석방 등의 신병처리에 있어서도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1999년 검찰·경찰 간 수사권 독립을 두고 파문이 일었을 당시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黃경정은 검찰에 파견을 나가 있던 경찰 수사관들을 전격적으로 복귀시켜 화제를 모았던 인물. 그런 만큼 '강성(强性)'으로 분류된다.

"검찰 전화 한 통화면 경찰관을 보내줘야 하는 식이었습니다. 국가기관 간에 이런 관계는 바람직한 게 아니죠. 절차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모든 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 뒤 검찰 파견 수사관이 차츰 줄어들었고, 최근 검찰 강력부에 파견됐던 경찰관들이 복귀하는 것을 보면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느낌입니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것이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에 대해서도 그는 강한 반론을 편다. 수사 현장에 있다 보면 검찰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부분에 대해 간여하는 게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수사과정의 인권 침해 견제 기능을 훨씬 많이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자질을 갖췄는가 하는 걱정도 기우라고 주장했다.

"일본 같은 선진국들도 경찰 수사권 독립을 앞두고 '경찰관 자질'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진통 없이 체제가 안정됐습니다. 국가기관에 어떤 권한이 부여되면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찰의 경우 비간부들도 고학력자들이 다수를 차지할 만큼 우수한 인력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우리가 수사권 독립 연구팀을 최근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차기 정부가 어차피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적인 중요 결정을 충분한 준비없이 내리게 될 경우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거죠. 다만,검찰·경찰 간의 대립으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조용하면서도 꾸준하게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글=강주안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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