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위해 '휠라'인수 토종기업 만든 윤윤수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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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윤수 필라코리아 사장

의외였다.번듯한 기업 CEO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가 찍힌 것을 본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휠라코리아 윤윤수(60) 회장.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이유는 전날 휠라코리아가 대주주인 외국 기업 SBI에게서 지분 전량을 인수해 한국기업으로 재탄생한다고 선언한 때문이었다.

사실 전날 휠라코리아는 인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휠라코리아는 매년 100억원 이상 이익을 내는데 다른 나라 휠라는 손실을 본다.우리 이익으로 다른 데 손실을 메꾸는 식이다.때문에 이익을 내면서도 투자를 못했다.앞으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하려고 인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회장의 답변은 달랐다."내가 돈 벌 것 같으니까"였다.답변에 기자가 조금 당황할 정도였다.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놓은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났다."뜻밖의 대답이다"라고 했더니 "물론 그간 해외로 빠져나가던 배당금이 국내에 머물러 투자도 늘릴 수 있고, 이번 인수에 참여하는 경영진.우리사주 조합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내자신 지분 10% 정도를 갖게 되는 만큼 (배당이나 주식 값이 올라가는 것 등으로) 돈을 버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했다.이번 인수를 통해 윤회장과 내부 경영진,우리사주 조합,윤회장의 친척.친구가 55%를 갖고, 나머지 45%는 다음달 중 주당 7500원(액면가 5000원)에 일반 공모한다.

앞으로는 자신의 연봉도 4분의1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그는 고액 연봉으로 소문난 사람.연봉이 21억원이라고 2001년 신문에 나온 적이 있다."지금 연봉이 얼마길래 4분의 3을 깎느냐"고 했더니 "그건 밝힐 수 없다"고 한다.단지 21억원보다 늘었다고만 했다.

연봉을 깎는 이유도 "그래도 돈 버니까"였다.

인수는 SBI의 최대 주주인 미국계 투자회사 서버러스가 지난해 8월 먼저 제의했다.SBI는 2003년 서버러스가 이탈리아 HdP그룹에게서 휠라글로벌을 인수하려고 만든 지주 회사.인수 목적이 투자 차익을 노린 것이라 서버러스가 바로 휠라코리아에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는 설명이다.휠라글로벌의 지역 회사를 파는 것은 휠라코리아가 첫번째다.

제안을 받은 뒤에는 우선 "이젠 국내에서 번 돈을 국내에서 쓸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휠라코리아는 국제 광고 분담금,주주 배당 등으로 매년 200억원 이상을 해외에 보낸다.윤회장은 또 "그간 고생한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 줘 나중에 돈을 벌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제안 뒤 연말까지 넉달 간 줄다리기 끝에 인수 대금은 1억2700만 달러로 결정됐다.그러나 실제 SBI에 주는 현금은 7천만 달러다.SBI에 꿔준 돈 2400만 달러와 로열티 사용료를 미리 준 2300만 달러를 인수금에서 덜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또 1천만 달러는 우선주로 주고 나중에 휠라코리아가 사들이기로 했다.

한국 기업으로 거듭난 뒤의 회사 운영에 대해서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 해 휠라를 입고 신는 고객이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마케팅과 디자인 고급화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휠라코리아 인수를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설립한 패션플라워에 대해서는 "지주회사가 아니라 인수를 위해 임시로 세운 특별목적회사"라고 했다.휠라코리아는 하반기 중 패션플라워와 휠라코리아를 합병해 휠라코리아만 남길 계획이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가졌다.여기서 그는 2007년까지 매출액 성장률을 연평균 4.3%로 잡았다.투자자를 모으면서 이 정도 성장률을 제시하는 게 오히려 걱정까지 됐다.그의 답은 이랬다.

"할 수 있는 만큼 얘기해야지 무조건 불리면 그건 사기치는 것 아닌가요."

글=권혁주,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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