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투기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5면

서울 강북 뉴타운 일대에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면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 성동구 상왕십리동, 은평구 진관내·외동등 3곳의 강북 뉴타운 내 땅값이 한달 새 대부분 2배 가량이 됐다. 집주인들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개발 기대심리로 값이 부풀려진 점이 없지 않은 만큼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성동구 상왕십리 440 일대 왕십리 뉴타운 1구역 대지 10평값은 평당 1천4백만원 선으로 지난달 24일 서울시의 뉴타운개발 발표 이후 1백% 이상 올랐다. 20∼30평대도 지난달 초만 해도 평당 5백만∼6백만원에 그쳤으나 요즘은 1천만∼1천2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왕십리 S부동산중개사무소 金모(49)사장은 "1구역은 시범단지로 지정돼 사업이 빠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땅 소유자에게 주어지는 아파트 분양권을 노린 투자자들이 많다"며 "매물 부족 속에 호가만 급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왕십리 뉴타운 2·3구역 10평대 땅값도 지난달 초에 비해 1백% 이상 오른 평당 1천만∼1천2백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뉴타운지역에서 54평 이상의 땅(주거지역기준)을 거래할 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10∼30평대 땅이어서 투기억제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차익을 노린 외지인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성북구 길음동 뉴타운 지역 내 7·8재개발구역은 아직 구역지정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사유지 10평은 평당 1천5백만원, 30∼40평대는 8백만∼9백만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각각 1백% 올랐다.

길음동 미래부동산컨설팅 이종인 사장은 "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값이 2천만∼3천만원 정도 상승한 것에 비하면 지분값이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영개발로 추진되는 은평구 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만 해도 평당 3백만원을 밑돌던 10평대 땅값은 요즘 평당 6백만∼6백50만원으로 급등했다. 진관외동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는 60평 땅도 평당 5백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며 "호가가 많이 올라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방식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데다 값도 지나치게 올라 거품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의 경우 주택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서울시의 공영개발이 아닌 민간재개발 방식을 주장, 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소규모 나대지 소유자들은 아파트 분양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현금 청산을 할 수도 있는 만큼 막연한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공영개발로 추진되는 왕십리 뉴타운 1구역과 진관내·외동 일대의 경우 보상가가 지금 시세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며 "지금 시세는 개발 이후의 모습을 미리 반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사업이 오래 걸리는 만큼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며 "값이 급등한 지분보다는 뉴타운 내 기존 분양권을 매입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wk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