複合무역이 대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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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가경제를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중국의 빠른 생산기지화에 따라 앞날이 걱정스럽다. 어느새 우리 제조업을 송두리째 공동화(空洞化)시킬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중국의 급부상에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꺼리거나 싼 임금, 싼 공장을 찾아 해외로 나서는 반면 외국기업의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는 되레 위축되고 있다.

물론 중국 경제의 빠른 부상이 우리에게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는 거대한 시장,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하는데 매우 유리한 입장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수출이다.

큰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주변의 나라에 득이 된다는 것은 경제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한·중 관계에 그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올바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5년 후, 또 10년 후에 우리 경제를 무엇으로 지탱할 것인가, 또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의 새로운 활로가 무엇인가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점은 지속적인 단가하락이다. 지난해 수출단가는 6년 전인 1995년의 절반 남짓한 수준으로 이 기간 중 연평균 하락률이 무려 9.8%에 달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수출단가 하락을 물량 확대를 통해 커버해 수출을 늘릴 수 있었으나 중국이 가격·품질 양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지금은 이러한 수출드라이브를 뛰어넘는 한 차원 높은 무역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 대안적 발전전략으로 우리는 복합무역(複合貿易)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복합무역이란 '상품+서비스'수출을 말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균형적인 발전 위에 무역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화해 나가는 것이 곧 복합무역 전략이다. 상품 수출은 그간 저임을 토대로 한 일차원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수출 제품을 고급화하고, 공정을 고도화하는데 그 돌파구가 있다. 또 물류·관광·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서비스 수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류가 발전하면 여러 형태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업 물류비가 절감돼 경쟁력이 향상되는 예에서 보듯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서비스 수출과 직결될 뿐 아니라 상품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수반한다. 이것이 복합무역의 이점이다.

우리가 이러한 복합무역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혁신에 팔을 걷어붙이고 기술 우위의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혁신의 열쇠는 기술인력의 확보에 달렸다.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한결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전통산업과 IT 기술의 접목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IT 기술이 앞선 것이 강점이다. 이를 전통산업에 접목함으로써 많은 기업이 경쟁력 강화와 수출증대 효과를 얻고 있는데 이를 산업 전반으로 체계적으로 확산시킬 경우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개발센터인 일본, 세계 최대의 제조업 센터인 중국 사이에 놓인 동북아의 중심지인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조건을 활용해 동북아 중심지 전략을 보다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달 초 경제자유구역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동북아 중심지 전략을 추진할 근거는 웬만큼 마련된 셈이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전담기구를 향후 정부조직 개편 때는 고려해야 한다 .

중국의 부상은 부국(富國)이 되겠다는 비전을 만들고 이를 이뤄내기 위해 함께 뛴 결과다.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은 이공계 엔지니어 출신으로 관념과 명분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특히 주목된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20년까지 GDP를 2000년의 네 배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가 이웃나라보다 더 높게, 더 멀리 보겠다는 자세로 복합무역 전략을 추진한다면 중국이라는 달리는 말의 발굽에 차이지 않고 등을 타고 함께 달리는 한국경제 재도약의 길이 찾아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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