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EU 합친 것보다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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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이 한국의 연간 예산보다 많은 돈을 매년 무기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은 25일 "미국이 차세대전투기 개발, 생화학전 방어계획 등 군사 연구개발(R&D) 분야에 1천1백50억달러(약 1백38조원)를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과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의 군사부문 R&D예산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첨단무기예산 급증=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 의회는 최근 2002년 군사 R&D 예산으로 지난해에 비해 18%가 늘어난 5백88억달러를 승인했다.

미 정부는 이와 별도로 생화학전 방어프로그램 연구를 위해 국립보건연구소(NIH)에 2백60억달러를 배당하는 등 내년 9월 30일까지인 2002 회계연도 예산에서 모두 1천1백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R&D 예산을 편성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생화학전 방어프로그램은 미 국방고등연구계획청(DARPA) 등이 적 세균무기를 보다 빨리 감지하고, 이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벌이고 있는 연구프로그램이다.

9·11테러로 인해 테러관련 예산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 국방부는 전세계 민간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테러리스트의 화학무기 구입 움직임 등 테러관련 활동을 감지할 수 있는 컴퓨터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미 상하 양원은 지난달 10일 2003년도 국방예산으로 올해보다 3백75억달러 증액된 3천5백51억달러를 통과시켰다. 여기에도 ▶F-22, F-35 등 차세대 전투기▶프레더터 등 무인항공기(UAV) 개발▶미사일방어(MD)체제▶미래 군시스템연구 등의 분야에 14.4%의 연구개발 예산이 할당됐다.

◇"군사력 불균형 심각"=전문가들은 미국의 국방예산이 세계 군비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여서 다른 나라들과의 군사력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1백억달러의 예비비 등 여타 부처예산에 포함된 군사예산까지 더해져 미국의 내년도 실제 군비지출은 4천억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EU 15개 회원국 국방비 합계의 세배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

독일의 군축연구기관인 본 국제전환센터(BICC)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전세계의 연간 군사지출 9천억달러의 약 40%를 쓰고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과 여타 국가들과의 군사력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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