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도 '찬 바람' 수료식…3명 중 1명 진로 못 정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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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기 사법연수원생들이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서약을 하고 있다.[최정동 기자]

간간이 휘날리는 눈발과 화려한 꽃다발….

18일 오후 3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린 경기도 고양시의 사법연수원 곳곳은 새 출발을 축복하는 사람들로 북적댔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취업한파는 '사법시험 1000명시대'의 예비 법조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료식장에 준비된 946석 중 200여석의 자리는 비워져 있었다. 최근 모 법무법인에 채용됐다는 조모(31)씨는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한 친구가 부모님을 초대해야할지 고민하더니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18일 현재까지 수료생 957명 중 3분의 1가량인 320명은 아직 진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수원은 이 같은 미취업 사태를 우려해 전경련 등에 수료생의 채용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올 수료생의 경우 191명만이 판사와 검사로 임용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법률회사나 기업체 등에 취직하든지 단독 개업해야 하는 실정이다.

올해 단독 개업하기로 한 수료생은 117명(12.2%)에 머물렀다. 지난해의 191명(19.7%)에 비해 줄어든 것은 불황을 이유로 수료생들이 단독 개업을 꺼리고 있다고 연수원 측은 설명한다. 때문에 비법조 분야로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올해 일반 기업.민주노총.아름다운 재단 등 사회단체에서 일하기로 한 수료생은 33명이다. 기업 중에는 이랜드(3명).밀리오레(1명) 등 중견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도 포함됐다. 아직 취업을 확정짓지 못한 연수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현재 연수생 채용을 심사 중인 감사원.경찰청.법률구조공단.한화그룹.LG텔레콤 등 10여개 정부기관 및 민간기업의 경쟁률은 ▶한화 87대 1▶감사원 15대 1▶경찰청 8.7대 1 등이다. 이들 기업과 기관에서는 각각 10명 안팎의 인원만을 뽑을 예정이다.

사법연수원 김용찬 교수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경제사정까지 나빠 올 수료생의 경우 자리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수료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직장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byungjoo@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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