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훈풍 타고 750선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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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종합주가지수가 25일 700을 돌파했다. 700을 넘어선 것은 지난 9월 19일(704.12) 이후 두달여 만이다. 이에 따라 연말 랠리(상승행진)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연말 랠리는 과연 어디까지 지속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지난 달 10일 연중 최저치(584.04)를 기록한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20% 넘게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750까지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는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미국 증시가 10월 중순 이후 지난 주까지 7주 연속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증시의 강세는 그동안 투자를 꺼려왔던 외국인투자자의 강한 매수세로 이어지면서 지수 상승의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5조6천여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외국인은 지난달 11일 이후 25일까지 2조1천여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시 관계자들은 미국이 더블딥(이중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났고, 미국·이라크 전쟁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미국 증시가 앞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미국과 한국의 상승 장세는 베어마켓 랠리(하락 추세 속의 일시적 반등)가 아니라 본격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판단되고 미국 금리 인하를 계기로 전세계 유동성이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최근의 상승세는 기존 하락을 만회하는 차원의 반등이라기보다 경기 개선이 고려된 본격 상승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대통령선거가 끝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연말에 800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상승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더 많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근모 부사장은 "미국 뮤추얼펀드시장 자금이 계속 빠지고 있는 만큼 현재의 외국인 매수세는 단기투자 성격이 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외국인은 연말에 투자 수익을 거둬들이려는 경향이 강한 만큼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데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지수 상승은 장세를 이끌어갈 모멘텀이 약한 가운데 변덕이 심한 프로그램 매수세에 의한 것이어서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며 "4분기 국내기업 실적이 일부를 제외하곤 3분기보다 안좋아질 전망이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은 수출과 소비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기업 실적도 당분간 안좋아질 것으로 보여 내년 주가가 520∼770선의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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