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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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이형기(1933∼) '낙화' 부분

가야 할 때를 알자. 술좌석에서 일어날 때를 놓치면, 폭탄주에 녹초가 되어 퍽치기를 당하기 쉽다. 손님으로 초대받았을 때, 적당한 시간에 고별하지 않으면, 밑이 질긴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가 내려갈 생각을 않고 지위에 연연하면, 등을 떠밀려 쫓겨난다. 축하받으며 물러설 줄 알자.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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