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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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자질론이 비등(沸騰)하고 있다. 10만 경찰의 총수감으로서 언행과 처신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문제 발언은 지난 3월 31일 서울경찰청 ‘교양강의’에서 나왔다. 시위현장 지휘간부 464명 앞에서다. 조 후보는 생때같은 자식을 북한의 어뢰에 잃고 망연자실(茫然自失)해 통곡하는 유족들에 대해 “동물처럼 울부짖고 격한 반응을 보인다”고 표현했다. “선진 국민이 되려면, 격(格)이 높게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막말’인가. 그는 슬픔에 겨워 멱살잡이를 하는 유족 모습이 TV에 그대로 비춰지는 데 안타까움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더라도 폭침 5일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족에 대한 표현으론 매우 부적절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왜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고도 했다. 이 역시 사실 관계를 오도(誤導)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다. 본인도 “자세히 모르고 한 말이며, 송구할 따름”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민주당과 노무현재단에서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당시 천안함 시위와 노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집회를 앞둔 시점에서 평소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그가 지휘관들에게 엄정한 대처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좀 ‘오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느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니고 수도 서울의 치안책임자가 공공연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왜곡하고, 호국장병의 유족을 폄하(貶下)해서야 되겠는가.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대한민국 경찰청장이라면 언행과 처신에 격(格)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의 ‘위장전입’은 거론하기도 멋쩍다. 국세청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비하면 약과다. 하지만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이나 강북경찰서장 항명파동에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은 없었다. 그저 하위직은 파면, 간부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다. 이를 국민은 어떻게 볼 것인가. 조 후보자의 과거 언행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