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版 '보도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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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증권시장이 언론사가 특정 상장사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실을 경우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보다 자세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NYSE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이 특정기업에 대해 좋거나 나쁜 의견을 게재할 경우 투자자들은 큰 영향을 받는데, 이런 방법을 통해 관련 보도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NYSE의 속마음은 언론들이 아예 특정 기업에 관한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를 취급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송의 경우 짧은 한두 마디의 언급이 투자자들에게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해 오히려 혼란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상은 언론의 기본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도내용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언론사의 기본적인 의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케이블방송인 CNBC는 "내부적으로 유사한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런 것까지 제도화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이런 장치를 통해 언론이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싣지 못하게 되면 정보흐름이 더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런 움직임과 관련, 프루덴셜증권은 최근 자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언론과 접촉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유럽연합(EU)은 불법 내부자 거래를 막기 위해 특정기업에 관한 기사를 쓴 경우 기자에게 그 회사와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밝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최근 마련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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