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블딥 벗어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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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경기가 반짝 좋아졌다가 다시 가라앉는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발표된 각종 경기지표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 경기가 바닥을 쳤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우선 가장 고무적인 지표로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크게 줄어든 것을 꼽았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 신청이 37만6천건으로 일주일새 2만5천건이 줄었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4개월 만에 최저치다. 다들 7천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업들의 대량 해고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미국 민간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경기선행지수도 예상밖 호조였다. 111.4로 전월과 같았다. 역시 0.1%가 줄어들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깼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지 여부를 가늠하는 이 지표가 하락세를 멈춘 것은 5개월 만이다.

미시간 대학이 집계한 11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85.0(추정치)을 기록했다. 앞으로 소비가 살아날지를 가늠하는 지표인 이 지수를 월가에선 잘돼야 82.0으로 예상했었다. 미시간대의 책임 연구원인 리처드 커틴은 "지난 10개월간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것은 소비였지만 이제 다른 경기지표들이 속속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이는 더블딥의 우려를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진단도 나오고 잇다. 최근 7주간 상승한 증시도 이런 회복세의 반증이란 분석이다. 다우 지수는 지난주 말 8,800선을 돌파했다. 나스닥 지수도 1,464.79로 더블딥 논쟁 때 최고점이었던 1,423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런 급반등세는 사상 유례없는 재고 소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분석 사이트인 디즈멀닷컴에 따르면 10월 미국 전 산업의 재고비율(재고/매출)은 1.3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정재 기자

jjyee@joongang. co. kr

◇더블 딥(Double Dip)이란:일반적으로 경기침체로 간주되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있은 직후 잠시 회복의 기미를 보인 후에 다시 침체국면에 빠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 이중 경기하강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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