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엔 영화의 여신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뮤즈'는 '영화 공장' 할리우드를 패러디한 코미디다. 고대 시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던 음악의 여신 뮤즈가 요즘 할리우드에 살아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뼈대로 한다.

'원초적 본능'(1992년)의 뇌쇄적 미인이었던 샤론 스톤이 뮤즈로 나온다. 10년의 세월은 정말 무서운 걸까. 남성팬의 혼을 빼놓았던 그 관능미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당찬 이미지는 그럭저럭 살아 있다.

한때 아카데미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앨버트 브룩스). 하지만 지금 그를 찾는 영화사는 거의 없다. 각본의 날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거의 퇴물 취급을 받는다. 당시 동료 작가가 일러준 비밀 하나. 할리우드에 뮤즈가 실존하고 있으니 그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한다.

영화에선 뮤즈의 도움을 받은 감독들이 카메오로 나온다. '대통령의 연인들'의 로브 라이너,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좋은 친구들'의 마틴 스코시즈가 깜짝 출연한다. 잔재미를 더해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뮤즈가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라는 점. 티파니 보석에 최고급 호텔, 리무진 승용차를 고집하는 못말리는 여인이다. 인생의 궁지에 몰린 스티븐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으니….

영화는 스티븐과 뮤즈 사이에서 발생하는 각종 해프닝을 따라간다. 무엇이든 제멋대로 하는 뮤즈와 그의 몸종처럼 움직이는 스티븐의 충돌이 우스꽝스럽다. 또 우연히 만난 뮤즈를 통해 자신의 사업적 재능을 발견하는 스티븐의 아내 로라(앤디 맥도웰)가 그 사이를 파고든다.

'뮤즈'에선 감독·주연을 겸한 앨버트 브룩스의 코믹 연기가 볼 만하다. 영화의 상상력은 뮤즈처럼 자유분방한 성격, 거침없는 행동, 상식을 뒤엎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한다는 내용에도 수긍이 간다. 세계적인 팝스타 엘튼 존이 음악을 맡았다. 할리우드를 꼬집는 듯하면서도 다른 할리우드 코미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야단법석을 떨고, 폭소를 자아내다가 결국 행복하게 끝난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